생각만해도 미소가 감도는 사람이 있다. 직접 보면 비타민 그 이상의 활력소를 얻기도 한다. 진보와 보수간의 갈등, 남녀간의 갈등, 세대간의 갈등, 지역간의 갈등, 종교간의 갈등 따위 속에서 지독한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는 우리에게 그들의 존재는 한줄기 희망으로 작용을 하기도 한다.
나에게는 ’차인표‘라는 배우가 그렇다. 과거 취재차 갔던 한 행사장에서 실제로 뵀던 적이 있는데, 사람이 어쩜 그렇게 선해보일 수가 없다. 배우자인 신애라 씨의 역할도 컸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런 그가 근래 책 한권으로 화제가 됐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필독 도서로 선정이 된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이라는 책이다. 원래 몇년전에 다른 제목으로 출간이 됐는데, 하도 안팔려서 폐간이 됐다가 이번에 다시 이슈가 되는 바람에 소위 말하는 ’역주행‘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내용은 일제 강점기 때 위안부로 이끌려 간 쑤니 할머니의 일대기를 서사로 풀어 썼는데, 차인표 작가 특유의 생명 존중과 선한 인간애 등을 엿볼 수 있다고 한다.
차인표 씨는 한 인터뷰에서 그런다. 반평생 살아보니 세상에 내 편이 되어줄 딱 한 사람만 있으면 되겠더라고. 그에게는 아내인 신애라 씨가 그런 존재라고 한다. 저잣거리에 널브러진 흔하디 흔한 표현인데도 불구하고, 차인표 씨를 통해 들으니 진심이 가득 묻어나는 것만 같다.
마음이 무너져내리고 견디기 힘든 순간이 예견치 않게 종종 찾아오곤 한다. 그럴 때엔 혼자라는 비참함이 이내 슬프다. 의도치 않은 이혼을 했고, 이 후 의도치 않게 혼자 사는 삶을 찬양하게 됐지만, 내 편이 되어줄 딱 한 사람만 있었으면 하는 소원을 빌 때도 더러있다. 뙤악볕 아래의 여름 햇살을 마주할 때에, 혹은 첫 눈이 올 때면 더욱 그렇다. 견디기가 힘들다.
여름- 여름의 백일 동안 꽃을 피운다 하여 이름 붙혀진 ’백일홍 나무‘의 계절이다. 순우리말로는 ’배롱나무‘이다. 우리말 이름도 살갑다.
배롱나무 아래에서 사과 한 입을 베어문다. 언젠가 너와 나,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볼 수 있다면 나는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