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독자분들께서 여전히 메세지를 보내 오신다. 책 잘 읽었다며. 으레 할 수 있는 '립서비스'로 생각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언젠가부터 시간 내어 내 책을 읽어 주시는 분들의 마음을 어떻게 담아내야 할 지 쑥스러워 질 때가 많다. 부끄럽고 미안스러움은 덤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집중해서 잘 쓸 껄 하는, 후회가 진드기 처럼 붙어다닌다.
반대로 생각도 해본다. 나도 종종 서점이나 도서관을 가면 긴 고민을 하다가 책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원석 같은 책을 발견하기도 한다.
두께에 따라 다르겠지만 책 한권을 구매하면 보통 일주일 가량을 시간내어 읽게 되는데, 그 시간 만큼은 책 내용에 파묻혀 작가의 생각에 빙의 되기도 한다. 그 작가에 동요 되기도 하며, 꼭 유명 작가가 아니더라도 또렷한 색채가 느껴지면 팬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그 작가의 다음 책을 기다리게 된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든다. 한 사람, 딱 한 사람이여도 좋겠다는 생각. 찰리 채플린이 객석에 딱 한 사람만 남아 있어도 최선을 다해 공연을 한다했던 그 다짐처럼. 어느 한 사람의 삶과 생각의 공간에 내 글이 스며들어 종종 기분좋은 웃음을 지을 수 있다면, 나는 정말이지 행복 할 것만 같다.
친한 형님의 아내인 형수님은 나와 술자리를 할 때면 늘 그런다. "나는 기헌씨가 공기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울때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수가 없다."라고. 내가 술을 마실 땐 워낙 안주를 안먹으니 모성애의 마음이 켜켜히 쌓여서 그런 생각이 들었나 보다. 어디선가 생채기 처럼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런 한 사람의 마음이 열개의 그 무언가보다도 낫지 않을까 싶다.
책을 쓰고 읽기에 참 좋은 계절이 찾아오고 있다. 다가오는 계절만큼은 당연한 것들은 경계하고, 사라져 가는 모든 것에 슬퍼할 줄 아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프랑스 시인 오르텅스 블루(Hortense Vlou)의 '사막'이란 시다. ‘그 사막에서 그는 / 너무도 외로워서 /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2022년 여름에 찍힌 무수한 발자국을 생각해 본다.
#최선을다할게
#죽기싫어떠난30일간의제주이야기
#방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