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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Aug 24. 2022

한 사람

잊을만 하면 독자분들께서 여전히 메세지를 보내 오신다.   읽었다며. 으레   있는 '립서비스' 생각  수도 있지만, 나는 언젠가부터 시간 내어  책을 읽어 주시는 분들의 마음을 어떻게 담아내야   쑥스러워  때가 많다. 부끄럽고 미안스러움은 덤이다. 이럴  알았으면  집중해서    하는, 후회가 진드기 처럼 붙어다닌다.


반대로 생각도 해본다. 나도 종종 서점이나 도서관을 가면 긴 고민을 하다가 책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원석 같은 책을 발견하기도 한다.


두께에 따라 다르겠지만 책 한권을 구매하면 보통 일주일 가량을 시간내어 읽게 되는데, 그 시간 만큼은 책 내용에 파묻혀 작가의 생각에 빙의 되기도 한다. 그 작가에 동요 되기도 하며, 꼭 유명 작가가 아니더라도 또렷한 색채가 느껴지면 팬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그 작가의 다음 책을 기다리게 된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든다. 한 사람, 딱 한 사람이여도 좋겠다는 생각. 찰리 채플린이 객석에 딱 한 사람만 남아 있어도 최선을 다해 공연을 한다했던 그 다짐처럼. 어느 한 사람의 삶과 생각의 공간에 내 글이 스며들어 종종 기분좋은 웃음을 지을 수 있다면, 나는 정말이지 행복 할 것만 같다.


친한 형님의 아내인 형수님은 나와 술자리를 할 때면 늘 그런다. "나는 기헌씨가 공기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울때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수가 없다."라고. 내가 술을 마실 땐 워낙 안주를 안먹으니 모성애의 마음이 켜켜히 쌓여서 그런 생각이 들었나 보다. 어디선가 생채기 처럼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런 한 사람의 마음이 열개의 그 무언가보다도 낫지 않을까 싶다.


책을 쓰고 읽기에 참 좋은 계절이 찾아오고 있다. 다가오는 계절만큼은 당연한 것들은 경계하고, 사라져 가는 모든 것에 슬퍼할 줄 아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프랑스 시인 오르텅스 블루(Hortense Vlou)의 '사막'이란 시다. ‘그 사막에서 그는 / 너무도 외로워서 /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2022년 여름에 찍힌 무수한 발자국을 생각해 본다.


#최선을다할게

#죽기싫어떠난30일간의제주이야기

#방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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