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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에서, 인사를 전합니다.

by 임기헌

이윽고 또 한 해가 저무네요. 유난히도 길었습니다. 더욱이 한 번도 겪지 못했던 미증유의 시간들이 파편화 되어 번져나간 한 해가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해의 마지막 날 마다 기억하기 수월하다는 이유로 잊지않고 생일 축하와 선물들을 보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볼품이라곤 1도 없이 어느새 중년의 돌싱이 되어버린 제가 뭐라고요, 세월이 쌓일수록 부채도 함께 쌓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일가족 일곱 모두를 한꺼번에 잃은 사연을 들으며, 아들 며느리와 세살짜리 손주까지 동시에 잃고 공항에서 실신한 할머니 모습을 보며, 멀쩡히 눈 떠있는 오늘 아침이 죄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염치없이 한 해를 돌이켜보며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합니다.


사는게 뭔가 싶습니다. 오늘, 43번째 생일을 맞으며, 손가락질 받지 않는 삶을 갈구했는데 돌이켜보면 그 조차도 쉽지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갈등과 분열은 그림자 처럼 한 평생 내내 우리 곁을 따라다니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요, 품앗이는 사라지고 개인주의의 정점에 다다른 듯한 우리네 삶에서 환멸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세상의 만화경이 되어 조금은 다채롭고 이색적인 모습을 저의 조카들과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는데, 올해를 겪으며 가당치도 않다는 걸 잘 알 수 있었습니다.


고단하네요. 새해엔 보다 많이 자고, 많이 먹고, 그렇게 쥐죽은 듯 조용히 지내고 싶습니다. 세계 곳곳을 둘러보며 지구별 여행을 마칠 준비도 차곡차곡 이어나가야 겠습니다. 다음 여행지는 예쁜 띠를 간직한 토성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올해의 모든 만남을 기억 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이 미친 세상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하시길 또한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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