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공개된 <오징어게임2>를 보며 곳곳에 ’이스터 에그(Easter egg)‘, 즉 숨겨진 메세지를 보는 맛이 있었다. 먼저 참가자들 옷에 붙혀지는 O,X 찍찍이는 소위 말하는 ’2찍‘들을 조롱하는 것처럼 보였다. 양당을 지지하는 극단의 지지층들은 선거가 끝날 때 마다 외쳐댔다. ’1찍‘이든 ’2찍‘이든 본인 지지자를 이제 이마에 써붙혀 다니자고. 서로 믿고 거를 수 있게 말이다. 이번 오징어게임에서는 둘로 쪼개진 대한민국을 대변하 듯 참가자들은 내내 O,X 찍찍이를 몸에 붙히고 다니는데, 그 표식이 도화선이 되어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두번째, 무당으로 분한 한 여성 참가자의 역할이다. 결국 무속의 힘을 빌어 정권을 운영한 윤대통령 부부의 모습을 희화화 한 것 처럼 보였다. 앞으로 벌어질 일 전부를 알고 있는 듯 하지만,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는 하나도 들어맞질 않는다. 후보 토론회 때 부터 손바닥에 ’王‘자를 새기고 나왔고, 대통령이 된 후에는 천공부터 시작해 법사, 도사들이 정권의 첨병이 되어 왕좌를 보좌하기 시작했다. 헌데 정권의 끝을 예견한 이는 아무도 없었던 걸까. 그들이 보지못한 끝을 우리는 오늘도 목도하고 있는데 말이다.
무엇보다 이번 오징어게임의 백미는 ’투표‘에서 엿볼 수 있다. 사람들은 가끔 착각을 한다. 민주주의가 무조건 옳다는 함정에 빠진다는 뜻이다. 동화같은, 현실에 있을 수 없는 통치 체제인 공산주의를 인간의 본성으로 발현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민주주의를 택할 뿐이다. (참고로 북한은 엄밀히 말해 공산주의가 아닌 사회주의 체제이다. 현재 지구상에 공산주의는 없다는 뜻이다.)
공산주의는 말 그대로 모두가 평등하고 잘사는 세상을 뜻한다. 부자, 가난한 사람을 구별짓지 않고, 좌우 진영으로 나누어 질 일도 없다. 배우거나 덜 배우거나 해도 차별받지 않는다. 다만 그 전제는 한치의 흠이 없는 올바른 지도자의 강력한 독재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런 세상이 가능할까. 가능하지 않아서 우리는 다수의 의견으로 이뤄지는 민주주의를 택한 것 뿐이다.
오징어게임에서는 다음 게임이 이어질 때 마다 민주주의 방식으로 투표를 한다. 자본에 대한 욕망과 목숨 중 택일을 하는거다. 물론 민주주의 함의인 ’승자독식‘ 방식을 적용 받는다.
과반 이상, 즉 1표만 더 많아도 승자가 모두를 독식한다. 더이상 목숨을 건 게임을 하기 싫어도 게임을 더하고 싶은 사람들의 숫자가 한명이라도 많으면 전자의 참가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게임을 계속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 놈의 돈도 목숨이 붙어 있어야 의미가 있는거죠!!“ 하며 설득하지만 이미 돈에 눈이 멀어버린 참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흡사 우리네 현실과 닮아있지 않은가? 어찌됐건 지금의 이 미치광이 대통령은 우리가 뽑았다. 국민 과반 이상이 선택했기 때문에 싫어도 대통령인거다. 따라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우리도 그의 국민으로써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오늘 공수처의 체포영장 조차 막히는 모습을 보며,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우리 스스로 끌어내린다는게 이토록 힘들다는 걸 국민들은 두눈으로 또렷히 목도했을 것이다. 스스럼없이 할 말은 아니지만 안하무인이며, 구질구질하며, 치졸하기까지 한 그다.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대통령은 아무런 잘못이 없고, 여전히 계엄은 정당했다라고 외치는 전광훈 목사를 필두로 하는 극우 세력들에게는 어떤 표식이 어울릴까. 그들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찍찍이가 있다면 옷 한 켠에 부착해서 다닐 수 있도록 선물을 해주고 싶다. 그들을 믿고 거를 수 있게 말이다. 그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며, 직장 생활을 하며, 아이들과 여행도 다니시길 또한 권해드리는 바이다.
한 나라의 국민은 그 나라의 수준에 걸맞는 지도자를 가진다고 했다. 우리 수준이 결국 이만큼이었다는 걸 부인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저력도 민주주의 사회 주권자인 우리에게 있다. 민주주의의 함의는 승자독식에만 바탕을 두지 않는다. 잘못된 승자를 끌어내릴 수 있는 기적도 민주주의에서는 가능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