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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

by 임기헌

포항에서 가게를 오픈한 뒤 마감 후면 항상 찾는 근처 바닷가. 거짓말처럼 아무도 없다. 가로등 몇개와 달 하나, 별 셋,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된다.


지구가 속해있는 태양계. 그리고 그 태양계가 속해있는 우리 은하(milky way). 여기서는 간혹 그 별무리인 은하수를 볼 수도 있다. 이 뿐일까. 비록 수억광년이나 떨어져 있지만 우리 은하와 가장 가까운 친구라 할 수 있는 안드로메다 은하도 육안으로 볼 수가 있다.


무수한 별들에 반추되어 빛나는 이 밤바다의 윤슬도 우주만큼이나 사랑스럽다. 훗날 지구에서의 여정이 끝나면 이 밤바다 만큼은 내 꼭 기억할 수 있을것만 같다.


고된 하루였다. 하물며 고된 삶인지도 모르겠다. 견디기 힘든 날에는 더 나쁜 기억들만 끄집어내는데, 이제는 그 기억도 바닥을 보이나보다.


나의 모든 순간이 ‘짠’ 하고 빨리 끝이났으면 좋겠다. 당장 오늘이라도 좋다. 번잡하거나 구질구질하지 않게. 달의 중력이 희미해져 파도가 더이상 일지 않는 그 고요함 처럼.


내 마음이 바다와 우주, 그 어딘가에는 꼭 닿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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