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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Sep 06. 2022

인플루언서의 삶

오성급 호텔 수영장서 야간에 칵테일 한잔을 들고 보기좋게 사진을 한장 찍어본다. 한끼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참치 코스요리를 즐기며 사진 몇장을  담는다.  차는 꼴에 외제차이니  브랜드가 보일듯 말듯 각도를 설정해 사진으로 남긴다.


이 정도면 나도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 틈에 끼여 발 정도는 담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음엔 온갖 럭셔리 한 장비와 옷을 걸쳐입고, ‘골린이’, ‘테린이’를 외치며 골프장과 테니스장으로 향하는 거다. 그러면 인플루언서들이 동질감을 느끼며 ‘좋아요’와 ‘따봉’을 마구 눌러 줄 지도 모르겠다.


매일을 이러고 살아가며, 사진을 SNS에 실어나르고 관심을 받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본인들 심기를 건드리면 ‘친구삭제’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니, 우리는 그들에게 ‘예쁘다’는 말만 앵무새 처럼 해주면 된다.


삶이 다할 즈음, 그들 관짝에는 다이아몬드 두어개 정도는 박혀 있어야 죽어서도 그 품위 유지에 손상이 안가겠다. 장례식장이니 해시태그는 ‘#장린이’가 적당하겠다.


그때도 우리는 그들에게 ‘예쁘다’라고 치켜세워주면 된다. 그럼 죽어서도 계속해서 친구의 끈을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통을 겪으며 고난의  세월을 보낸 우리 할머니가 지금의 우리 시대 속살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하수상케도, 나는 저들보다 우리 할머니에게 ‘예쁘다라고 앵무새 처럼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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