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종군

by 임기헌

올 여름은 콧수염을 길러 볼테다. 못난 얼굴인데, 뭘 하든 어떻겠나 싶다. 재미도 없고, 낭만도 없으니까. 집 베란다에서 먹는 홍게와 사케의 조합이 낭만이라면 낭만이겠다.


사람들은 저마다 제 말이 맞다는 전제를 가진다. 이데올로기로 응축된 전근대적 성정이다. 정치인들 뿐만이 아니다. 초등학생들도 매한가지로 본인 주장을 굽히지 않을 때가 많다. 그에 따른 논리도 각양각색이다. 가만히 듣고 있자면 기가 찰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카톡이나 문자 메세지도 툭하면 교묘히 편집을 해 캡쳐를 뜬다. ‘내가 이만큼 너그럽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다’라고 과시를 하는 것이다. 또 어떻게 캡쳐를 뜰지 몰라 누군가와 진정성 있게 대화를 나누기도 힘들게 됐다.

나도 1+1은 2가 아닌 기어코 3이라고 어느샌가 믿게 됐다. 보수의 성지 ’안동‘에 살며, 순응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김문수 화이팅“을 외친다. 계엄을 일으킨 정신나간 대통령도 사과 한마디 없이 끝끝내 ‘백의종군’ 하겠다고 떠드는 판국인데, 무슨 개소리를 못할까.


밑도 끝도 없이 보수를 지지 했으니 나도 이제 ‘안동 사람’ 자격을 갖춘건가?

“Mother fucker suck ass” 미국 남부에 있을 때 종종 쓰던 표현을 김문수를 지지하는 극우 집단에게 건넨다. 해석하자면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이다.


뭘 알겠나 싶다. 이순신 장군의 복권에서 비롯된 백의종군 뜻도 모르고 막 갖다붙히는데. 계엄으로 계몽 됐다는 정당이 계엄의 트라우마와 슬픔으로 가득한 5•18 기념식에 참석하는 저의는 또 뭘까. 형수를 찢고 사법부를 손안에 원숭이처럼 다루려는 이재명도 그에 못지는 않아 보인다. 해괴한 혀의 돌기로 입만 열면 거짓부렁을 시전하는 이준석은 또 어떻고. 글쎄다. 애써 ‘악의 평준화’라 참칭하면 될까.


바야흐로 국민들이 백의종군의 자세로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된 셈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새벽의 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