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축구

by 임기헌

긴 고민 끝에 오늘 축구클럽을 탈퇴했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동료들에게는 톡방을 통해 짧은 인사도 함께 남겼다.


안녕하세요, 임기헌 입니다.^^ 축구운동장이 아닌 톡방에서 별안간 이렇게 인사를 드리게 되네요. 벌써 연말이 가까워오니 총회도 열리고 분위기가 몽글몽글 피어오르는게 보기가 좋습니다.ㅎㅎ 다름이 아니고 이즈음에서 저는 클럽을 탈퇴해야 될듯하여 말씀을 올립니다. 오랜기간 함께해온 동료들께 짧은 인사만 툭하니 남기고 떠나는 것조차 예가 아닌듯 하여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남깁니다. 올 여름 즈음 축구를 하다 입은 연골부상이 계속 심해져서 이제는 축구 같은 격한 운동은 전혀 못할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산에 오르는 것조차 당분간은 힘들게 됐네요. 어릴적부터 제일 좋아했던 축구를 이제 못하게 되니 눈물이 앞을,,ㅎㅎ; 벌써 함께한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듯 한데, 안동으로 귀향한 후에 우리 팀원들과 함께 축구를 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뛸 때마다 제가 형이라고 배려해준 동생들 모습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더불어 제 가게도 찾아주시고, 제 책이 출간 될 때마다 몸소 구입도 해주시고, 모두 감사드립니다. 부디 몸관리 잘하셔서 저처럼 부상 입지 마시구요, 앞으로도 오래오래 즐겁게 운동할 수 있길 바랄게요. 술한잔 생각날 때 연락주세요. 무릎이 안좋아도 간은 멀쩡하니..ㅎㅎ 그럼,, 우리 ’풋살페이스‘ 항상 화이팅 하길 바라며 소인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동안 함께해주시고 배려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톡방과 밴드는 바로 탈퇴할게요.)


축구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유아 때부터 그랬다. 이 후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학교 수업시간 외에 나의 하루는 온통 축구였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는 반에서 공부도 매번 1등을 놓친 적이 없었는데, 어느 날 엄마한테 축구부에 들어가겠다고 했다가 그야말로 먼지나게 두들겨 맞은 기억도 난다. 그만큼 나는 축구가 좋았다. 아니, 사랑했다.


’축구의 신‘ 마라도나를 흉내내며 드리블을 하고, 중거리슛을 날린 후 골이 되어 네트를 가르는 그 순간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비오듯 땀을 흘린 후 학교 운동장 수돗가에 친구들과 모여 서로 등목을 해주는 광경까지도 나는 오롯이 추억할 수 있다.


군대에서는 매분기마다 열리는 부대 축구대회에서 MVP를 싹쓸이 해 외박증을 독식했던 기억도 있다. 사회에 나왔다고 축구를 포기할 수 있었을까. 언론사 축구단에서도 나의 축구사랑은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런 나의 사랑을 오늘 떠나보내게 됐다. 항상 전력질주를 해야되며 몸싸움이 기본인 운동인데, 어느 순간부터 몸이 말을 듣질 않았다. 내 의지와는 상관이 없었다. 나는 분명 20대때와 변함이 없다고 느끼는데, 2~30대 친구들에 맞서 경기를 하다보면 한참이나 뒤쳐지고 있다는 걸 잘 알 수 있게 된거다. 그러다 부상이 찾아왔고 이제는 잘 아물지도 않게 된 것이다.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상황, 세월이 나만은 빗겨갈 줄 알았는데 나도 그 앞에 무릎을 꿇어버린 상황, 이런 기분이구나 싶다. 비참하거나, 소외되거나, 약간의 비약을 섞자면 꼭 그런 기분.


축구 하나 떠나보내는 일도 이렇게 벅찰지언데,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은 어쩌나.


가족을 떠나보내야 할테며, 지팡이 없이는 걷지 못하는 날도 올테다. 눈이 멀어져 책을 읽지 못하고 더이상 글을 쓰지 못하는 날도 머지 않았을테다. 햇살 좋은 어느 날 딱 하루만 더 살고 싶은데 죽음은 이미 눈앞에 와있을테고, 그리운 사람들에게는 마지막 인사도 못건네고 떠날게 뻔하다. 그럼에도 아무 일 없듯 당장은 또 살아가겠지. 사는게 다 뭔가 싶다.


사람들은 무엇으로 지난 여름의 안부를 묻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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