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논리라면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과 N번방 사건 가해자들도 다 용서가 되는가.
조진웅씨에게 당당하게 맞서라는 서울대 교수께, 은퇴 번복 후 돌아와서 모든 소년범들의 길잡이가 되라고 한 어느 변호사께 여쭙고 싶다. 한 분 더, 소년원은 죗값을 치르는 곳이 아닌 교화 장소이기 때문에 그곳을 다녀오면 모두 교화가 된다라고 기정사실처럼 말하는 당신들에게.
44명의 남고생이 여중생 1명을 1년간 집단 성폭행한 밀양의 고교생들을 보면서, 무수한 여성의 성폭행 장면을 고스란히 영상으로 찍어 배포한 N번방의 학생들을 보면서는 어떤 생각이신지. 이들도 교화가 됐으니 이제는 학생들의 길잡이 노릇을 하면 되는건가?
아니라면 친구 2명과 차량을 훔쳐 여고생 7명을 돌아가며 성폭행 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진웅씨만 예외인가? '여중생도 아니고 여고생 정도면 양반이지 뭐' 혹시 이런 논리인가? 핀셋으로 콕집어 그에게만 면죄부를 주려는 이유가 뭔가?
유승준, 고영욱, 신정환 등 생매장 된 이들 유명인들은 또 어찌할 셈인가. 이들은 민주당 쪽이 아니니 모르겠고, 독립투사와도 같은 우리 조진웅 동지만은 안돼!! 하고 외칠텐가.
무작정 옹호하는 그들 논리는 하나로 수렴된다. 소년원에서 이미 죗값을 치뤘고,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 그러니 용서해주자는 것.
나도 아쉽다. 곧 방영을 앞둔 최애 드라마 <시그널2> 주연배우의 은퇴라니. 그런데 죄의 경중을 한 번 보자. 강도, 강간, 폭행치사, 절도다. 강도•강간을 제외한 폭행, 절도 쯤이야 우리 국민은 드넓은 아량으로 넘어가준다. 과거에 한 개그맨이 차량 절도 사건으로 검찰에 송치까지 됐는데, 그 후엔 당시 범죄 과정을 개그로 승화시켜 국민에게 되려 웃음까지 주기도 했다. 그만큼 마음이 넓은 민족이다.
그런데 강간이다. 집단 강간. 더군다나 차례로 돌아가면서 고귀한 여고생들의 삶 전체를 너덜너덜한 헌신짝으로 만들어놓았다. 그 피해자들의 나이도 지금 지천명 즈음 됐을텐데, 그녀들은 누가 구제해주나? 시간이 지났으니 '아닥'하고 그냥 처박혀 있으라고 하면 될 일인가? 나만 아니면 돼! 내 딸만 아니면 돼! 라는 식의 천민개인주의의 발현인가?
사람들이 어쩜 그럴 수가 있나. 시간이 지났으니 다 덮자고? 그럼 일본에게 허구헌날 역사 운운은 왜 하나? 시간이 지났으니 우리도 '아닥' 하고 있을 일이지.
말하자면 '직의 무게' 같은거다. 조진웅씨는 우리나라 톱배우다. 국민들의 관심으로 100억대 집을 사기도 하고, 평생을 호위호식 하면서 살 수 있는거다. 그 관심의 무게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때로는 깃털처럼 가볍기도 하지만, 때로는 해저 깊숙한 곳의 수압처럼 숨막히게 작용을 하기도 한다.
그 무게는 책임에 기인한다. 톱배우가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영원히 묻고 가는거다. 온 국민의 관심을 받는 톱배우이기에 책임의 무게가 무겁다는 얘기다. 국민들은 그 무게를 나눠 들어줄 생각은 없다. 언제나 그랬다. 그래서 조진웅씨는 그 책임의 무게를 결국 은퇴로써 답을 했다.
여기서 끝냈어야 했다. 정치권, 대학교수집단, 변호사집단 등 사회 지도층까지 나설 계제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분명 소년원 출신이라고 해서 낙인을 찍어서는 안될 일이다. 변화가 보이면 다시 새롭게 살 기회를 응당 줘야한다. 동시에 교정 과정을 거쳤다고 모든 게 용서된다고도 볼 수 없다.
결국은 죄의 경중과 가해자의 사회적 책임 정도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정치 논리로 이토록 편을 나눠 싸울 일인가 싶다.
성범죄 가해자에게만큼은 유독 너그러운 민주당과 계엄은 계몽이었다며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국민의힘 사이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될까.
서쪽에서 부는 바람을 뜻하는 순우리말 하늬. 이름이 참 곱다. 하늬를 따라가면 나아질까.
'세상에 잊어도 될 범죄는 없습니다.' 과거 조진웅이 분했던 이재한 형사의 시그널이 어렴풋이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