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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Feb 08. 2023

“당신의 노예가 되겠습니다.”

"선생님, 저와 제 동생을 구해주면 당신의 노예가 되겠습니다."


그제 새벽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일어난 대지진의 건물 잔해 속. 그 속에 17시간 동안 깔려있던 소녀가 한 말이라고 한다. 이 말은 아랍권에서는 감사의 뜻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언뜻 들어보면 오해할 여지도 다분해 보인다.


다행히 남매 둘은 모두 구조됐지만, 부모는 사망했다고 한다. 유례없는 도시 한 가운데에서의 대지진으로 인해 온 세계가 구호 물자와 구조대를 급파하고, 이따금씩 들려오는 절박한 소식과 사진에는 함께 눈물을 흘리고 슬퍼하곤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잊고 있었던 사람의 온기와 공동체의 유대를 느낄 수 있게 된다. 비극 속에서 생각드는 모순과도 같다. 어쩌면 오셀로(Othello)와 맥베스(Macbeth)를 보며 느껴지는 모순처럼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도 멸종한다고 경고했다. 언론에도 종종 기사화 되지만, 2년전부터인가 꿀벌이 보이질 않고 있다.


도시 한가운데에서는 대지진이 일어나고,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기온이 영하 80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이상 기온으로 산불과 홍수가 수시로 일어나기도 한다.


이상하다. 나사(NASA)에서는 태양계 외곽인 해왕성 궤도 밖에서 보이저2호가 찍어보낸 사진 속 지구를 '창백한 푸른점(Pale blue dot)'이라 명명 했는데, 그 점이 마침표를 뜻하는 점은 아니어야 하겠다.


내 소설속의 마침표도 아직 찍지 않았는데, 하등 할 이야기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데, 창백한 푸른점이 그 빛을 너무도 무기력하게 다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칼 세이건은 그의 역작 『코스모스』에서 역설했다. 우주의 역사(150억년)를 1년으로 줄인다면 지구의 탄생은 9월 중순께 어느 날에 일어난 사건이 되고, 그 후 10일쯤 지나서 최초의 생물이 싹트며, 인류가 불을 길들여서 이용해 온 시간은 12월31일의 마지막 15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우리는 그 짧은 15분 동안 이토록 아름다운 지구에 얼마만큼의 난도질을 해놓은걸까.


칼 세이건은 우주 속 작은 지구에 살며 아내 앤 드루이언에게 이런 말을 헌정하기도 했다.


"헤아릴 수 없이 넓은 공간과 셀 수 없이 긴 시간 속에서 지구라는 작은 행성과 찰나의 순간을 그대와 함께 보낼 수 있음은 나에게 큰 기쁨이었다.(In the vastness of space and the immensity of time, it is my joy to share a planet and an epoch with Annie.)"


하수상한 오늘, 가급적이면 사랑하는 사람과 얼마남지 않은 시간을 기쁨으로 가득 채우며 살수있길 바래본다. 그럴수만 있다면 나도 당신의 노예가 되어도 괜찮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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