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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Mar 08. 2023

‘will'을 너무 사랑하는 당신에게

몇일전 영문으로 논문을 쓰고있는 대학원 후배들 사이에 논쟁이 붙었다. 어떤 연구 결과물이 나왔는데, 그 결과물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영어표현으로 'will'이 맞는지, 'be going to'가 맞는지에 관한 내용이였다.


나는 예전부터 단순 언어인 영어에 이런 논쟁이 생긴다는 자체가 의아했다. 언어는 말 그대로 의사전달 용도일 뿐이다. 어떤 단어를 써도 그 의미만 곡해없이 상대에게 전달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문법 위주의 학습을 기계처럼 익혀온 우리나라에서 접하는 영어는 전혀 다른 그 무언가가 되어버렸다. 의미는 둘째치고, 저마다의 정답을 찾으려 애쓴다. 어느샌가 영어가 정답이 정해져있는 수학으로 둔갑해버린 꼴이다.


우선 나는 그 논문에서 앞뒤 문맥상 정답은 'be going to'가 맞다고 했다. 'will'은 막연한 미래, 그러니까 아무 생각없이 1초뒤에 무얼 할 예정일 경우에 쓰는게 맞다. "나 밥 먹을거야, 나 빵 사러 갈거야, 나 잘거야"등등 이런 늬앙스를 가진다. 반면 'be going to'는 막연한 미래가 아닌, 이미 내가 어떤 과거 시점에서 예정해 두고 있던 생각을 나타낼때 쓰곤한다. "나 다음주에 여행 가기로 했어, 나 일요일날 친구와 밥 먹으러 갈거야"등등에서 쓰일 수 있다.


덧붙혀 사역동사인 'let'이나 동명사인 'ing', 그리고 미래완료시제인 'will have p.p'등으로도 미래형 대화를 만들어 낼 수는 있다. 그런데 미래완료시제는 시험용이 아니라면 회화체에서 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나도 몇년간의 외국 생활에서 쓴적이 한번도 없는 것 같다. 'let'이나 'ing' 형태는 허구헌날 쓰니 잘 알아두면 좋을 일이다.


다시 돌아와서 생각해 볼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래를 나타내는 영어 표현을 쓸때면 'will'을 아무 의심없이 너무 자주 쓴다는 것이다. 물론 써도 된다. 아무때나 'will'을 쓴다해도 못알아들을 원어민은 아무도 없다. 선생님이나 뉴스 앵커가 아닌 이상, 원어민들도 대강대강 쓴다. 미국 현지에서 원어민들과 생활을 해보면, 영어를 얼마나 대충 쓰는지 아마도 상상 이상일 것이다.


"I will love you for a thousand more"(당신을 앞으로 천년 더 사랑할 거에요). 여기 유명 할리우드 영화 속 한 노랫말이 있다. 여기서는 왜 'will'이 들어갔을까, 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be going to'를 쓰면 안될까?


정답은 없다. 써도 된다. 그런데 원어민 입장에서 들으면 영 어색하다. 상대를 과거부터 이미 만날 예상을 하고 사랑할 예정이 아니였고, 이 순간부터 사랑하겠다는 의지인데, 'be going to'를 써버리면 의미가 완전히 왜곡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표현을 쓰더라도 앞뒤 문맥은 이해를 하고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시대가 너무 발전해서 <파파고>나 <챗GPT>를 이용해도 외국 생활을 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 세상이지만, 사람이 의도한 문맥과 감정까지 그 기계들이 번역을 해주진 못할 것이다. 영어를 하려는 목적은 분명 '의사소통' 밖에는 없다. 그러니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정답을 찾으려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번외의 이야기로 토익 에피소드를 말해주고 싶다. 과거 토익시험 만점을 받았을 때 가채점을 해보니 200문제 중 문법 파트에서 딱 1문제를 틀렸던 기억이 있다. 토익은 독해 부분 지문이 워낙 방대해서 만점을 받으려면 문법 파트는 한 문제당 2초안에 무조건 다 풀어야 된다. 그리고 100% 다 맞아야 독해 지문에서 한 두문제 실수를 해도 만점이 나온다. 듣기는 무조건 만점을 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그 틀린 문제가 뭐냐면, 전치사 for 뒤에 들어가는 인칭대명사 문제였다. 보기에는 he, him, his 같은게 있었고, 나는 이게 너무 쉬워서 당연히 'him'인줄 알고 보너스 문제구나 했는데 보기좋게 틀려버렸다. 정답은 'his' 였다. 여기서 문맥상 'his'가 '그의'란 뜻의 소유격으로 해석되는게 아닌, '그의 것'이란 소유대명사로 해석되기 때문이였다. 앞뒤 문맥이 이토록 중요하다.


그래서 대화를 하든, 문법 공부를 하든, 앞뒤 문맥을 잘 보시라고 어줍잖은 조언을 꼭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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