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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Apr 16. 2023

파랑새 인터뷰

오늘은 어떤 우연찮은 계기로 인연이 된 안동의 한 지인분과 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오랜기간 타지에서 생활을 하시다가 안동으로 오셨는데, 지금은 시내 어귀에서 한옥스테이와 스웨덴 풍의 공간 대여 룸을 운영하고 계셨다.


삶의 궤적이 나와 닮은 부분이 많아서인지, 대화 속 인터뷰 같은 상황이 연출되며 이야기의 결도 모세혈관으로 퍼져나가듯 속도감 있게 진행이 됐다.


언론사 시절과 작가 활동을 하며 누군가를 인터뷰만 해봤지, 내가 인터뷰 대상이 되니 사뭇 기묘한 기분도 들었다. 뭐랄까, 산에 오를 땐 미쳐 보지못한 꽃들을 내려오며 자세히 볼수 있는 것처럼 그런 기분 같은 것이였다.


질문들을 얼마나 정교하게 준비를 하셨는지, 그간 굴절된 렌즈를 통해 바라보던 세상을 다시금 적확하게 복기해 볼 수 있기도 했다. 너무 터부시 했던 내 삶, 나라도 조금은 아껴줘야겠다는 교훈도 얻게 됐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마지막 질문.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제 다시 재혼할 생각은 없어서 45살즈음 지금 살고있는 아파트를 팔고 그 돈으로 깡시골로 이사 가서 혼자 집짓고 살거에요. 강아지랑 고양이도 키우고 텃밭도 가꾸면서 글쓰고 노래하며 살려구요. 그 생활을 유튜브로 찍어서 사람들과 영상으로도 많은 소통을 해보고 싶어요. 하하”


그렇게 인터뷰는 끝이났고, 서로 술을 좋아해 근시일에 소주도 한잔 하기로 했다. 뜻깊은 시간이였다. 서로의 유학 생활과 오랜 서울 생활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터였다.


동화 <파랑새>에서 빛의 요정은 말한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소박한 행복들이 있거든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행복을 전혀 알아보지 못해요.”


오늘 3시간 가까운 대화 속에서 나는 어쩌면 ‘파랑새’를 봤을지도 모르겠다. 고영민 시인의 말처럼, 봄이 온다는 것만으로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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