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기헌 Apr 20. 2023

착한 사람을 떠나보내며

오늘 새벽녘 한 유명 아이돌 그룹의 멤버 죽음이 참 아프게 다가온다. 여동생의 행복을 바라는 그 마음이 누나를 둔 내 마음과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인가보다.


그는 살아생전 한 인터뷰에서 "문빈 씨가 정말 천사라서 선한 일을 딱 하나 할 수 있다면 뭘 하고 싶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문빈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고 싶다"라고 답했다.


그는 ”사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우리가 늘 죽음을 생각하며 살지는 않는다. 그저 오늘 뭐 먹을지 내일 뭐 입을지 그런 행복한 생각만으로도 하루가 모자라는데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는게 너무 안타깝고 아깝다"라고 덧붙혔다. 뭉클해진다.


살아오며 무언가를 성취 했을 때, 누군가들은 밀물처럼 내 주위로 밀려 들어왔다. 그리고 어느샌가 단물이 빠지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오라고 한 적도, 그렇다고 쉬이 반긴적도 없는데 그들은 발자욱만 남긴 채 그렇게 제 멋대로 왔다가 사라진다.


으레 그 빈 공간은 언제나 우리 누나 몫이였다. "기헌아 요즘은 좀 괜찮아?"하며 내 걱정에 잠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은 이 세상 누나 하나였다. 장담컨데 누군가를 걱정하는 진실된 마음, 그거 아무나 가질 수 있는게 아니다. 더군다나 지금과 같은 상실의 시대에선 더욱이 그러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언젠가부터 누나의 행복을 바랬다. 누나의 삶이 버거워 보일 때면 나는 더욱이 그 바램을 증폭시켰더랬다. 살아오며 행복한 적은 물론이거니와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없는 나는, 내 남은 행복의 찌꺼기들을 누나라도 모두 가져갔으면 하는 절실한 마음이 컸는지도 모르겠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후회>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나는 인간이 지을 수 있는/ 가장 큰 죄를 지었다./ 나는 행복하게 살지 않았다.'


나의 죄도 그와 다를 바 없어보인다. 60여년전 피로 물들었던 사월의 하늘이 오늘은 유난히도 푸르게 보이는 이유도 나의 원죄에 귀속하는지 모르겠다. 행복한 사람들이 나 같은 사람들의 죄를 사하길 바랄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파랑새 인터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