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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Apr 29. 2023

신(神)들도 바람을 피웠으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우리는 왜 낯선 것에 설렘을 느끼는건지. 거기에서 파생되는 이상한 떨림은 어디에서 오는건지.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여주인공 탕웨이는 이런 대사를 남긴다. "왜 한국에서는 결혼을 하게 되면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 안되는거에요?" 런닝타임 2시간이 넘는 영화속 의미가 이 한줄의 대사 속에 모두 담겨져 있다.


그리고 얼마전 타지의 낯선 서점에서 집어 든 책 <불륜의 심리학>. '우리는 왜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또 다른 사랑을 꿈꾸는가'하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심리학적으로 풀어낸 내용이다.


책에서 불륜의 시작은 인간의 탄생부터라고 말한다. 엄마, 아빠, 자녀 이것이 삼각 관계의 시작이라며. 자녀가 2명 이상 있는 집은 자녀들이 부모의 귀여움을 더 받으려고 서로 경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의 여러 형태에 대해 설명을 한다. 젊은 여자는 젊은 남자를 좋아할거라는 것은 편견이라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에 관한 묘사 등. 때론 젊은 여자가 나이 많은 남자를 사랑하는 이유는 순종할 수 있어서라고도 덧붙힌다.


각설하고, 그렇다면 불륜은 정말 나쁜것일까. 불륜을 저지르며 도덕적 잣대와 감정의 잣대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면 균형추는 어디로 기우는게 정의롭다고 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불륜을 법으로 금지 했지만, 고대 원시시대나 왕정시대에서는 불륜으로 인해 어쩌면 권세가 유지 됐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풍선효과(balloon effect) 처럼 한쪽을 꾸욱 누르면 또다른 한쪽이 불쑥 튀어 나오는, 그런 역효과를 요즘 시대처럼 도덕과 법의 잣대로만 짓누른다면 인간의 욕망은 어떻게 해소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린시절 학교에서 공산당, 혹은 공산주의는 무조건 나쁜거라고 배워왔다. 마르크스와 레닌이 주창한 '나쁜 공산주의'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만약, 아주 만약에 유토피아적인 공산주의라면 어떨까. 공산주의, 즉 전체주의에서 최고 권력자의 지혜로 모두가 잘 사는 동화 같은 나라라면, 우리는 그런 공산주의도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도덕과 법의 논리쪽으로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인간의 본성과 욕구가 설 자리는 점점 희박해지는 것만 같다. 어쩌면 내가 가질 수 없는 이상(理想), 즉 불륜 따위에 매료되는 과정 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파괴적인 사랑은 경계하되, 궁극적으로 건강하고 안정적인 그 무언가의 관계가 이루어 질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결혼하는 순간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 안되는 고질적이고 진부한 인간의 사랑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것만 같다. 지키지도 못할거면서 말이다.


게다가 신(神)들도 바람을 피웠으면서.


「덧붙히며」 글쓴이 임기헌 입니다. 제가 요즘 심리학을 공부하다가 매료되는 주제가 있어 오늘 같은 비 오는 날 끄젹여봤는데요, 불륜에 관한 글이다보니 오해의 소지가 다분할 것 같아요. 제 생각은 현대 시대에서 어떠한 경우라도 불륜은 미화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들키고 싶지 않은 인간의 마음 어느 지점에 잠재되어 있는 욕구를 불륜에 빗대어 바라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만약 글이 불편하신 분이 계시다면 송구하단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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