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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May 03. 2023

“여름아 부탁해”

보통의 어느날, 퇴근길 버스 창밖을 내다보며 '사람들은 뭐가 저렇게 좋을까'라며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넌지시 가졌었다. 책 <죽기싫어떠난30일간의제주이야기>를 쓰며 들었던 상상이다.


그런 상상이 현실이 되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댓글과 편지, 선물 등을 통해 나는 상상속을 뛰어다니는 것만 같은 신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마치 내가 버스 창밖에 서있는 사람이 된 마냥.


그러다 오늘, 또다시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됐다. 가게에 음식을 드시러 온 한 손님께서 내 책을 너무 감동깊게 읽었다며 다음 책은 언제 나오는지 물어오셨다. 으레 인사치레로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정확한 출간 날짜까지 알고 싶다고 덧붙혀 물으셨다. 그래서 나는 올해는 힘들거 같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조금 아쉬하는 표정을 지으시는거였다.


'뭘까, 작가 흉내만 낼 줄 아는 내가, 누군가의 눈에는 작가로 인정 받기라도 하는걸까. 다음 책을 이토록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니.'


언제나 펜의 힘을 믿어왔다. 균형을 잃지 않는다면 그 힘은 어디선가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발현이 될거라 굳게 생각을 했다. 언젠가 많은 설명이 필요치 않는 밤이 오면, 그제서야 펜을 놓겠다고 다짐도 했다.


중국 고대의 요임금이 다스리던 평화로운 시절을 '강구연월(康衢煙月)’이라고 한다. '번화한 거리에서 달빛이 연기에 은은하게 비치는 모습'을 뜻하는 말이다. 그런 순간을 그려본다. 요란한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는 순간. 너무나 은은해 더이상 펜의 힘이 필요치 않을 순간.


형형색색 봄을 수놓았던 꽃들은 지고 뜨거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언젠가 뙤악볕 아래에서 "여름!!"하고 외치면 파도가 넘실거리는 상상을 해본다. 그 상상은 이내 또 현실이 되는거다. 다가오는 올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싱그럽길, 그리고 사랑스럽길.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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