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기헌 May 08. 2023

하늘 가까이

오늘 어버이날 엄마와 할머니를 위해 준비한 꽃은 시들지 않는 꽃.^^ 그리고 손편지.


할머니는 또 오랜만에 손자 온다고 양푼이에 밥으로 산을 만들어 놓으셨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밭나물과 된장찌개는 덤이다.


밥을 어거지로 다 먹어가는 순간 할머니는 또 넌지시 말을 건넨다. 색시 없냐며. 시골에서는 나 같은 사람을 ‘상놈’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결혼도 못한 얼간이란 뜻이다. “할매, 난 그래도 한번 갔다왔잖아!”하며 나는 응수를 한다.


그렇게 한참이나 수다를 떨다 가야될 시간이 다가왔다. 할머니는 내 가게에 상추가 필요한 걸 어떻게 알았는지, 일부러 읍내에 나가서 모종을 사다가 심어놨다고 한다. 내가 올 날만 기다렸다며.


음,, 뭐랄까. 난 상놈이 맞긴 한가보다. 천하에 둘도 없는 상놈. 눈물을 훌쩍이는 할머니를 뒤로하고 돌아가는 길, 논가에 잠시 멈춰 차 시동을 끄고 누웠다. 논위로 곁드는 햇살은 어쩜 이렇게 맑고 순수할까. 상놈에겐 어울리지 않는.


그냥,, 그냥 말이지 잘 살아가고 그 누구와도 잘 지내고 싶은데 잘 안된다. 언제나처럼 제자리다. 시들지 않는 꽃처럼, 지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즈음 하늘 가까이 가고 싶은데, 그 조차도 잘 안되는 것만 같다.

작가의 이전글 “여름아 부탁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