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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May 30. 2023

‘차정숙’이라면 어땠을까

드라마 <닥터 차정숙>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해봤다. 왜 내가 꿈꾸는 모든 이상형은 드라마나 영화에만 존재하는지. 물론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가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온화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니 그런지도 모르겠다.


근데 나 또한 모르겠다. 극중 '차정숙'이란 여자는 분명 현실에서도 볼 법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리분별이 확실하고, 가정에 헌신을 다한다. 이 사람은 옆에 멋진 남자가 있더라도 바람 피울 깜냥조차 되질 않고, 남편이 그렇게 싫더라도 시댁을 생각한다.


그녀는 이토록 평범한 사람인데, 나에겐 꿈같은 이상형이 되버린 건 왜일까.


여전히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 시장 바닥에서 돈까스를 튀기며 피폐한 삶을 살고 있는게 누군가에게는 속이 시원하겠지, 그러다 내가 무언가 '대박'이 터지면 속을 또 앓겠지?


이 굴레를 벗어날 수가 없어 보인다. 우리 사는 삶, 헤어지면 상대가 어떻게 지내나 카톡을 매일같이 엿보고, SNS를 차단했다 말았다 반복하는 이런 철부지 같은 하루의 매일.


사람들은 이 모든게 즐거운가...? 나는 하나도 안즐거운데. 젊은 날엔 사내 아나운서, 인턴 과정의 스튜어디스, 연극배우 준비생 등 남자들의 로망과 같은 직업군의 친구들을 만나보며 운좋게 사겨도 봤더랬다.


내 친구들은 그녀들을 보며 술만 취하면 질투심에 으레 막말로써 그런다. 벗겨 놓으면(?) 다 똑같다며. 맞다. 아담과 이브가 벗은 몸으로 인류에 씨앗을 뿌린 것처럼, 우리네도 벗겨 놓으면 다 똑같다. 다만 이 시대엔 그 누가 본색을 호도하며 잘 치장 하느냐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그럼 '차정숙'이라면 어땠을까. 남자 연봉은 얼마가 되야하며, 차는 또 벤츠급은 되야하며, 아파트는 40평 밑으로는 쳐다도 안보겠다며, 요즘의 그녀들처럼 그랬을까?


아마 아닐거다. 본인이 되려 내 연봉은 얼마며, 내 차는 아반테 급이며, 내 집은 13평짜리 단칸방 인데, 너 어떡할래? 하며 되물어 왔을것만 같다.


나는 날개달린 천사를 꿈꾼적도 없는데, 내가 꿈꾸는 이상형이 여전히 드라마에만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싶다. (내 수준이 그러니 뻔하겠지만!) 다만, 그래도, '차정숙'이면 좋겠다. 찻잎, 살포시 내려앉는 것처럼, 그런 사람이면 참 좋을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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