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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Jun 21. 2023

소개팅 이야기

나한테 웬..? 그렇게 소개팅이 들어왔다. 안동으로 귀향한지 5년차, 처음이였다. 젊은 날엔 그토록 잦았던, 그런데 이제는 낯설어버린 '소개팅'이란 단어. 40대가 되어버린 나에게, 그리고 이혼남에겐 기적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도 잘 알고 있다. 주위에 고향 친구들이 어떻게든 나를 새장가 보내려 노력하고 있다는 걸. 그런데 잘 안된다는 거도 잘 알고 있다. 멀쩡한 여성이 나한테 올리가 있겠나, 하는 것이다. 애초에 한번 갔다왔다는 말을 듣고 그 자체로 만나기 싫은것도 어쩌면 뻔한거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누군가를 만난다는게 이제는 신비롭다. 더군다나 한 다리 건너면 사돈에 팔촌까지 다 알 수 있는 이 지역 사회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는게 더 그러할지도 모르겠다.


어찌됐건, 만난 상대는 교사였다. 다른 지역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가 안동으로 발령받은. 나이는 나보다 두어레 어린 분이셨다. 만나서 별로 설명할건 없었다. 나에 대해 주선자로부터 익히 들었을테니.


그렇게 우리는 만났다. 나는 대뜸 여쭸다. "저 예약한데도 없고,, 그럴싸한 레스토랑도 이 지역엔 제가 아는데가 없는데,, 소주나 한잔.."


"네! 좋아요!!"


다행이였다. 압구정 파스타와 청담의 와인을 즐기는 서울의 그 누군가들이였으면 난리가 났을텐데. 참 다행이다. 그렇게 우리는 막창집에 가서 이야기를 나눴다.


여자분은 나에 대해 속속들이 다 알고 계셨다. 다 들었다며. 그리고 인터넷도 검색을 해보고 쓴 기사들과 책도 봤다며.


"아, 네.. 근데 저 지금 돈까스 튀기고 장사하고 있는데, 그것도 잘 아시죠,,?"


"그럼요!!" 하며 그분은 아무렇치 않듯 대답을 이어가신다. 아무렇치 않은듯 보여 나는 그게 더 이상했다. 그 뒤로 '히히낙낙' 웃으며 우리는 서로를 탐닉했더랬다.


나는 또 취기가 올랐다. 속된 말로 또 '개'가 된 것이다. 해서 "제가 좋아요?"하며 처음 본 사람 앞에서 ‘개소리’ 시전을 하게 됐다. 근데 그녀는 그런다. "네!"하며. "비록 처음 뵀지만 나는 기헌씨의 꾸밈없는 이런 모습이 참 좋아요.“ 하며 덧붙힌다.


재미있다. 소개팅도, 멋쩍은 내 모습도, 비 오는 그날도, 죄다 낯설지가 않다. 나도 어쩌면 매력적이고 좋은 사람을 여전히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에 그 의의를 두게 됐다. 해서 나랑 결실이 맺어지질 않더라도 그 분의 삶이 언제나 싱그럽길, 하는 그런 마음이 들었다.


지금은 혼자가 참 좋은데, 모순적이게도 그 분도 가슴이 설레일 만큼 참 좋았다. '그래도 지금은 혼자가 좋다'라는 말을 감히 전해드리고 싶다. 결국 그분이 너무 매력적이여서, 감히 내 주제에 할 말이 많지가 않다는 얘기다. 상상치 못한 뜻깊은 하루에 만족을 할 뿐이다.


나 자신을 놀라게 할 일은 이제 내 인생에서 없을줄 알았는데, 그녀 앞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내 모습을 보며 하수상케도 놀라고 말았다. 유난한 경험을 하되, 앞으로도 언제나 혼자이고 싶은 간교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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