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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Jun 28. 2023

아버지 떠난 뒤, 그 후 10년

몇일전 납골당에서 연락이 왔다. 아버지 유골함을 안치한지 10년이 됐으니 연장하려면 방문해서 재계약을 하라며.


강산은 하나도 변한거 같지 않은데, 벌써 10년이나 흘렀나보다. 돌아가시기 직전 아버지 모습이 여전히 선명한데, 나는 벌써 그날의 아버지 나이와 제법 가까워져 가고 있다.


10년전 아버지 장례식과 함께 집은 풍비박산이 났고, 어렵사리 서울에 정착을 해 열심히 수학하며 부풀려 갔던 꿈은 개나 줘버린채 내 삶은 그 날의 전과 후로 도륙이 나듯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산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야!' 하며 노래를 부르며 평생을 살아온 나는, 이후 10년째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여전히 죽음의 문턱을 기웃거리고 있다.


오늘은 10년이란 의미가 깊어서 그런지 엄마도 일터에 휴가를 내고 오랜만에 같이 납골당을 찾았다. 10년 동안 매번 혼자 찾았는데, 오랜만에 아빠도 엄마를 보게되서 반가울지 모르겠다. 엄마는 내가 볼까 싶어 저먼발치에서 또 혼자 울고 있다. 내가 이래서 매번 혼자 다니는 거다. 아버지도 헤아려주시리라 생각한다.


내 사랑아 / 내 사랑아 /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늙은 아비 혼자 두고 / 영영 어디 갔느냐


우리 아빠도 하늘 나라에서 행여나 클레멘타인을 찾아 울부짖던 그 늙은 아비처럼 남은 우리 가족을 찾아 헤매는건 아닌지, 10년 동안 산골짜기에서 혼자 너무나 외로웠던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스밀때면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10년 동안 단 하루도 아버지를 잊어본 적이 없다. 한없이 보고싶은 마음도 언제나 그대로다. 다 그대로인데, 아버지만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앞으로도 없다. 모두 끝났는데, 나는 여전히 그 끝을 잡은 채 살아간다.


비의 계절이 찾아왔음에도 오늘 햇살은 유난히 맑다. 여름날의 이토록 맑은 햇살들이 아버지 사는 세상에도 살포시 내려앉기를 바래본다. 산다는 건, 참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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