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에서, 부임한지 2년이 채 안된 한 초등학교 교사의 삶이 '자의적으로' 지워졌습니다. 익숙히 봐왔던대로 사망 후 우리 사회 진영은 둘로 나뉘어졌고, 교육계에선 서로 네 탓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건이 벌어진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학부모들은 교사의 죽음보단 본인 자식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노심초사 하는 모습입니다. 한 동료 교사가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추모를 했더니 당장 내리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합니다. 또 다른 학생의 부모는 학교 근처에서 추모를 멈추어 달라고 합니다. 아이들 정서가 위협 받는다면서요.
안타깝습니다. 유명을 달리한 그 어린 교사분도 누군가의 귀한 자제분이였을텐데 말이죠.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 저로써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학부모가 되면 왜 외골수가 되어 제 자식만 보일까 싶은 겁니다. 어느 순간부터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이 아닌, 내 아이만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된듯 보이기도 합니다.
식당을 운영해봐도 매한가지 입니다. 가게를 어지럽히거나 접시를 깨부셔도 본인 아이만 안다치면 그만입니다. 배달을 시킬때에는 아이가 먹을거니 서비스는 기본이며, 메뉴에도 없는 아이를 위한 무언가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그들에게서 겸손이나 호혜의 마음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런 극성의 부모들이 학교에서는 어떠할까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아이의 학교 생활에 관여하고 보호하겠지요. 행여나 선생님께 꾸중을 듣고 온 날에는 선생님 휴대폰이 난리가 난다고 하더군요. 상스러운 말들과 훈계가 교차하며 교권을 뭉개버리기 일수라고 들었습니다. 자식의 '인권'과 선생님들의 '교권'이 정면충돌 하는 순간이겠네요.
일부 몰지각한 학부모들의 만행이 모두를 대변하지는 않을거라 믿습니다. 다만 그 무게중심이 우리가 이상으로 지향하는 지점과 점점더 반대로 기울어 가고 있다는게 아프게 다가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자식을 키운다는 건 아마도 마약과도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참기도 힘든 그 무언가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다만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축적된 상식과 도덕적 가치를 저해한다면 마약을 끊을 필요가 있을겁니다. 훈련과 훈계를 통해 마약 치료를 하듯, 자식 뿐만이 아닌 일부 몰상식한 학부모들에게도 많은 훈련이 필요로 해보입니다.
과거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헌데 스승을 보란 듯 때리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지금의 우리 사회를 보고 있자면 환멸을 느끼게 됩니다. 이번에도 입으로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서로 남탓만 하다가 시간은 흘러가겠지요. 학부모들은 제 아이만 멀쩡하면 그만일테고요.
곱디고운 아이들과 함께했던 청량한 교실에서의 마지막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싶었던걸까요. 더불어 아무도 내편일리 없다는 생각에 잠식되어 마지막 결단을 내리던 그 순간이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요. 사회에서 불현듯 만났다면 제 조카처럼 어리고 고와보였을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 목소리가 닿지 않는 어느 사찰에서, 마음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