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안심버스
며칠전 회사에 마음안심버스가 다녀갔습니다. 스트레스 상태나 우울증 등의 정도를 간략하게나마 검사하고 상담 받을 수 있는 버스였습니다. 사실 그렇자나요. 우리 직장인 대부분이 스트레스도 받고 우울증도 겪고 있을 텐데, 나라고 더 심각할까 하는 마음이요. 또 괜히 부정적인 단어들로 저를 수식하게 되는 것도 걱정이기도 하자나요. 우유부단한 저는 마음안심버스가 떠날때까지 갈까말까 고민하던 중에, 당찬 성격의 직장동료 분께서 강력하게 가보라고 말씀해 주셔서 용기를 얻고 가게 되었습니다.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하고 뇌파검사를 했습니다. 검사하는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습니다. 검사를 받으면서 "우울한 생각을 하면 검사 결과가 다르게 나올까?", "밝은 생각을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해야할까?" 하는 등 허무한 생각들을 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검사 받으면 될 것을, 남에게 비춰지기에 유리한 모습이 무얼까 고민했었던것 같아요. 우울한 모습의 나와, 그럼에도 밝은 모습의 나. 뭐가 됐든간에 자존감이 낮은 사람의 모습이네요.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상담사께서 가능한 빨리 병원(정신과)에 가기를 권하더군요. 자기가 2년동안 본 결과 중에 최악의 결과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제 귀에 박혔습니다. 생각도 못한 정신과라는 단어와 최악이라는 단어에 많이 당황했습니다. 정신과 초진은 예약이 한참뒤에나 가능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난감했습니다. 상담을 마치고 나와 몇군데 전화를 돌리다 보니 마침 예약 취소난 곳이 있어 바로 예약 잡았습니다. 어영부영 하는 성격의 저인데, 어쩐일인지 행동으로 빠르게 옮긴걸 보면 내적으로는 정신과 방문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나 봅니다.
TV에서 많은 유명인들이 공황장애를 겪었다는 얘기가 많이 나와서일까요? 확실히 정신과 문턱을 넘는 부담이 많이 줄었습니다. 걱정반 긴장반으로 들어선 정신과에는 이비인후과의 대기자들 만큼이나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어정쩡하게 예약확인을 하고 설문지를 받아 들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의사분을 만났습니다. 어떻게 오게 됐냐는 질문으로 초진이 시작됐습니다. 어떤 얘기를 해야할지 수첩에 기록해간 것을 하나씩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힘들었다고 느꼈던 순간들과 주위 (특히 가족들)의 반응과 그로 인해 받았던 상처와 감정등을 시간 순으로 적어갔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적어갔더라구요. 의사분과의 면담이 끝나고 약을 처방해주려 합니다. 제가 약을 먹어야 하는 상태인지를 물었습니다. 의사분께서 그렇다고 합니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덤덤히 약을 받아 나왔습니다.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후부터 눈에 띄게 수면의 질이 좋아졌습니다. 스마트 워치의 수면앱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면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는데, 약을 먹은 뒤로부터는 초록불이 뜹니다. 신기합니다. 다만, 하루종일 졸리고 약간의 편두통이 있는것이 부작용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약을 꾸준히 먹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