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는 오늘도 여전히 달린다.
[ 아버지는 알람시계 ]
아버지는 알람시계였다.
출근 시간이 되면 단정히 옷을 입고, 구두를 신고 부랴부랴 현관문을 나섰다. 우리는 문 앞에 나란히 서서, “아버지 다녀오세요. 아버지 다녀오셨습니까?” 하며 인사를 했다.
퇴근 후 집에 들어오는 아버지의 얼굴은 지쳐있었다. 아버지가 집에 계시면 우린 늘 조심조심 움직였다. 동생과 다투거나 TV소리가 크면 “시끄럽다, 공부 안 하냐”며 천둥같이 혼을 내셨다.
그땐 그런 아버지가 마냥 무섭고 멀게만 느껴졌다.
그런 아버지가 이제 조금은 이해가 된다. 수십 년을 쉼 없이 일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짐이었을지 이제는 알 것 같다.
오십 년을 달려온 알람시계는 많이 녹슬었다. 그래도 시곗바늘은 예전처럼 다시 돌아가려 애쓴다. 하지만 서서히 속도도 방향도 잃어버린 채 제 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오랜만에 아버지를 뵈러 이것저것 챙겨 갔다. 함께 맛있는 걸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눴다. 돌아가는 길, 아버지는 오늘도 낡은 지갑에서 용돈을 꺼내 주셨다. 나와 아이들 몫까지 챙겨주셨다.
긴 세월 동안 한결같이, 오늘도 그는 우리를 위해 알람을 울렸다.
아버지의 알람시계는, 오늘도 여전히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