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쯤이야?

by 유영하는우주인

나도 내가 어디쯤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내 삶의 마지막을 정리할 때쯤 알 수 있을까 한다. 그래서 난 그저 의문을 갖기보다는 나아가기로 한다. 오늘 한 단어라도 외워야지. 오늘 한 문장이라도 공부해야지. 메뉴얼 봐야지, 해야지! 하자 라는 말은 정말 큰 힘이 있다. 5분만이라도 하는 것이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는 길이다. 물론 항상 내가 나아가야 하느냐는 물음에 나는 아니오 라고 하겠다. 나아가지 않더라도 우리는 존재만으로도 소중하다.


내가 이걸 안 지 얼마 안 됐다는 사실은 나름 유쾌하다. 얼마나 바보였던가. 하지만 난 바보였던 나도 좋다. 바보일 수 있었던 건 나도 의견이 있는 사람이었단 증거다. 바보였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제는 바보가 아니니까.


오늘 또 나는 하루를 채우는데, 미래는 알 길이 없다. 미래에 매달리면 현재를 망친다는 선인들의 말씀이 맞더라. 그래서 나는 하루 매 시간 매 분을 채운다. 계획은 지나치게 세우지 않는다.

발리에서 먹은 해산물! 이맛이야!



계획적인 편이었는데 참으로 그것이 나를 갉아 먹었다. 미루고 미루다 보면, 그럴 때의 나를 이해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졌다. 그래서 난 계획은 두루뭉실하게 세운다. 여기 들어오면서 배운 것은 계획에 대한 관대함이다. 특성상 비행이 제떄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딜레이, 연착 등. 게다가 레이오버에서도 뜻하지 않은 일들의 천국이다. 천국이니, 즐겨야지 어쩌겠는가?


그래서 여행이나 레이오버에서 길을 잃어도, 일정이 망가져도 놀라거나 화내지 않는다. 그럴 수 있지 정신이라고 칭하는데, 이건 꽤 유용한 팁이다. 인생에서 그럴 수 있지 라고 생각하고 넘기는 것이다. 근데 너무 그러다 보면 세상에 무심해지는 부작용이 있으니 적절히 사용하시길.


아무튼 나는 현재도, 미래에도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집착을 빼더라도 삶은 그런대로 굴러가더라. 내가 길을 몰라도 꼬불꼬불하게 가더라도, 또 어딘가 종착역이 있고 난 거기에서 물 한 잔 마시고 커피도 마셨다가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다가 출발하면 되더라. 여기에도 너무 무심하면 안 된다는 점이 있으니 명심하시길!


나는 좀 인생에 대해서 쿨해지기로 한 것이다. 길이 맞고 틀리고는 나중에 정하겠다고 하면서 인생의 많은 것들 중 그거 딱 하나를 미뤘다. 그러면 좀 삶이 나아진다. 너무 집착하는 삶은 나를 피로하게 한다. 가뜩이나 피로한 사회에서, 나 하나만은 나를 제대로 챙겨주고 싶다. 그것이 나의 바람.


오늘도 또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서 아침부터 열이 올랐다. 그러나 집에 들어와 손을 씻고 낮잠을 한 번 잤다. 통화랑 메신저로 친구들에게 욕을 좀 해주고 자고 일어나니 기분이 나아졌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그렇게 화가 났는데 신기한 일이다. 가끔은 내가 단순해서 좋을 때가 있다.


그래서 난 또 커피 한 잔을 하며 오후를 잘 보내보기로 했다. 그러므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당신의 청춘을 즐기기를 바란다. 당신이 지금 걸어가고 있는 그 길이 맞는 거라고, 응원을 해주고 싶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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