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

그거라면 자신 있습니다

by 유영하는우주인

그리스 여행 중 만난 꽃

나는 꽤나 고집이 있는 편이다. 남이 하라는대로 하지 않는 청개구리. 그래서 여기까지 온 듯하다. 사실 잘 듣고 있는 듯하지만 안 들을 때도 있다. 모든 사람이 내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하란 법은 없다.


진로 문제 또한 뚜렷했는데, 그냥 건너 아는 정도의 친구가 내 학과를 보면서 의료 관광이 뜨니 그리로 가라고 했다. 나는 의료 쪽은 전혀 관심이 없어서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아이디어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키지 않았을 뿐.


하하. 부모님이나 동생들도 진심어린 조언을 하는 편인데, 이런 나를 알기에, 맘대로 해라 정신으로 말을 덧붙인다. 그럼 나는 하하 웃는다. 이미 동생들은 내가 자신들의 말을 주의깊게 듣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을 터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남에게 조언하지 않는다. 나이가 많고 적건 간에 나는 내게 조언의 자격이 주어진지 잘 모르겠다. 나는 그저 한 인간일 뿐. 또한 나는 선생님이 아니다. 각자의 인생이 있다. 나는 이를 존중한다. 물론 내게 조언을 구하고자 의도한다면, 기꺼이 해줄 의향이 있다. 하지만 대개는 그저 그들의 넋두리나 푸념을 조용히 듣는 편이다.


오지랖이 넓은 한국인들은 한마디 보태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나는 아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나는 꽤나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생각보다 착한 얼굴 때문일까, 다들 오지랖이 담긴 조언을 그렇게 하더라. 물론 고맙다. 이는 그들이 날 생각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나는 다 자란 어른이다. 어른이 아니더라도, 나는 주체성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그들의 조언이 달갑지 않았다. 티내진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고로 나는 오지랖도 부리지 않으려고 하며, 내 의견을 강요하기에 급급해 하지 않는다. 인생은 다양한 조각의 형태이다. 그 조각을 이어붙이고 엮고, 우린 참 바쁘다. 그런 바쁜 인생들에 오지랖과 참견으로 얼룩을 덧붙일 필요는 없는 듯하다.


이렇게 적으면, 착한 오지랖도 있다면서, 반박할 수 있겠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나는 이를 ‘도움 주기’로 칭하겠다. 아기를 업은 엄마가 가방을 떨어뜨려 소지품이 길 한복판에 널리게 되었다. 무심하고 차갑게 걸어가던 이들이 일제히 힘을 합쳐 가방에 소지품을 넣었다. 정말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다.


도로 한복판에 화제가 난 차량이 전복되었다. 다들 그냥 지나치지 않고 운전자를 그 차량에서 빼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합심했다. 인터뷰하는 와중에,


“당연한 일을 한 것 뿐이다”


라고 시민 영웅이 담담하게 말했다. 썩 멋진 말이다.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남편인 사람을 그는 망설임없이 구해냈다.


나는 이런 도움 주기를 사랑한다. 나도 묵묵히 하는 편인데, 그렇다고 내가 전면적인 희생의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래서 내 진로는 그런 쪽으로만 향하진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크루로서 나는 타인에게 도움 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아서, 이는 정말 내 성향에 맞는다. 또한 승객이 뭐라 하든, 나쁜 말은 걸러 듣는 편이라서 또 괜찮다. 나이를 먹고 이 회사에 들어온게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이다. 내가 바로 서 있는 상태에서 맞이하는 것들의 차이는 크다. 그러나 나도 힘들었다. 늘,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여 새 삶을 꾸리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값진 행보였다. 후회하지 않는다. 먼 훗날 돌아봤을 때에도 난 내가 여전히 자랑스러울 것 같다. 오늘도 세상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당신도 나는 참 자랑스럽다. 아자, 또 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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