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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하는우주인 Sep 01. 2024

하늘 이야기 4

전반적인 하늘 유영 

마이애미의 추억


전반적인 하늘 유영 



       나는 좀 특이한 아이여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인간은 다 독특한 자신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만 나는 규칙을 준수하면서도 자신만의 고집과 취향을 유지했기에 특별히 모나지 않을 수 있었다. 규칙과 역할은 내게 큰 의미이다. 그것이 없었다면 나는 망나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남을 도와주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하늘 유영이 꽤 잘 맞는다. 게다가 체력까지 좋아서, 이건 남동생들에게도 인정 받은, 남을 돕기 위한 포지션에선 최대의 능력치를 뽑는 사람이다. 하늘 유영은 여느 직업이 그렇듯 겉이 번지르르하다. 그래서 퇴사율이 상당히 높다. 막상 트레이닝도 힘들고 들어오면 비행 전부터 소모전이기 때문이다. 비행하면서도 늘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서 사람 성격 버리기 딱 좋다. 물론 남의 돈 버는 일이 어찌 쉬우랴. 하지만 막상 열어보면 정말 생각 이상 혹은 이하의 일들이 많은 경우가 하늘 유영이다. 그럼에도 내 적성에 맞는다는 건 참으로 영광인 일이다.


하늘 유영을 위해서는 고고한 화장 유지가 필수이다. 메니큐어를 바른 깔끔한 손톱도 체크 사항이다. 그래서인지 따로 그루밍 오피서가 있다. 비행 전 참으로 할 일이 많다. 그런데 나는 화장하고 꾸미는 걸 좋아 했다. 어머니는 화장을 일절 안 하는 분이어서, 나는 어릴 때부터 잡지를 뒤져가며 배웠다. 너무 재미났다. 내가 변한다는 사실이, 조금만 달라져도 확연히 차이가 나는 모습들이 재미있었다. 그래서 나를 꾸미고 가꾸는 일에 매진하는 내게 하늘 유영은 아주 적절했다.


영어 공부를 좋아한 이유는 그 발음이 참 멋져 보였기 때문이다. 단어를 엄청 외워가며, 발음을 연습한답시고 연기처럼 문장을 읽어 나갔다. 그런 것들이 내게 참 많이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세 번의 외국 경험으로 나는 영어로 말할 때, 모국어만큼은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떠들 수 있다. 스몰톡을 좋아하진 않지만 한다면 하는 사람이다. 너무 많은 요구를 하지 않는 편이라, 나는 하루에 한 문장 혹은 2~3개의 단어를 공부한다. 사실 그렇게 해도. 30일이면 30개에서 90개다. 나는 조금씩 아주 천천히 노력한다. 그게 나의 적정 속도였다. 대신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나를 몰아붙인 적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역효과를 불러왔다, 도리어. 한창 때는 하루에 100개 ~ 150개 가까이 외웠다. 그때 외운 것들은 지금 내게 자산이 되었다. 분명 오늘 하루 1개의 문장은 추후 내 미래의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이유는 여전한 관심 덕분이다. 영어 공부는 무엇보다 정보 싸움인 이 사회에서, 당신에게 승리를 쥐어준다. 누구보다 빠르게 외국의 신문 기사나 영상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의 경험 덕분에 발음 더더욱 교정되어, 이곳에서 하늘 유영을 할 때에도 발음이 괜찮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사실 그런 것에 무심한 편이다. 나는 나만의 발음이 있을 수 있고 이를 평가할 권리가 그들에겐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크루들의 다양한 발을음 평가하지 않는다. 남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 것은 중요한 습관이더라. 내가 이 회사에 와서 시야를 넓힌 것은, 세상에는 참 다양한 인종과 발음이 있다는 것이 하나의 요인이기도 했다. 


우리 회사는 지역 특성상 밤 비행이 많다. 그래서 밤에 놀기 좋아하던 나에게 제격이었지만 나는 이번에 내가 밤을 새워 노는 걸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튼 나는 밤이 좋다. 밤은 어둡지만 밝은 빛으로 환하다. 인생이 어둠일지언정 나는 빛이리라. 그리고 사실 아침 비행은 지각해서 못 일어날까봐 너무 부담스럽다. 그래서 아침 비행이 있으면 사실 잠을 잘 못 잔다. 아무튼 사실 나는 밤을 새우며 노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예민한 사람이다. 그렇게 태어났고 자랐다. 이 특성은 일을 할 때에 아주 도움이 된다. 상태 변화를 아주 예민하게 감지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표정, 눈빛, 호흡, 몸짓. 나는 모든 정보를 철저하게 수집한다. 이는 내 업무에 큰 도움이 된다. 비행기에선 뜻하지 않은 일이 많이 일어난다. 비상 상황도, 응급 상황도 다 해당이 된다. 이런 예민함을 가지고 어디에 쓸까 싶었는데 다 쓰임이 있더라. 


나는 되게 단호하게 메뉴얼화된 사람이면서도 유연성을 갖췄다. 유연성은 후천적으로 길렀다. 메뉴얼화되어서, 단호한 면이 나를 괴롭혔다. 그러면서 세상은 이렇게 살 수 없음을 깨달았다. 유연성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다. 난 게으른 면이 있어서, 아주 자주 나를 져버렸다. 이젠 그러지 않는다. 다만 타협한다. 게으르게 타협하진 않는다. 상황을 읽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길렀다 하겠다. 메뉴얼화되었으면서도 유연해야 하는 것은 이 직업인의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이다. 우리는 우리만의 메뉴얼을 깨서는 안 된다. 그러나 다양한 국적의 승객과 동료를 만나기에, 유연성을 갖추지 않으면 적응이 어렵다. 그래서 그만두는 이들도 많이 보았다. 그리고 매번 다른 동료들과 일하는 건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다. 마음을 열고 일하지 않으면 미래는 뻔하다. 


나는 신뢰나 약속을 중시하는 사람이라 그 부분이 지나칠 때가 있지만, 지금은 조절하는 편이다. 그래서 승객과의 혹은 동료들과의 약속은 꼭 지키려고 한다. 신뢰는 중요한 가치이다. 나는 타인과 나의 관계에서 신뢰를 깨고 싶지 않아 노력하는 편이다. 한때는 이게 나를 갉아 먹었다. 그치만 지금은 아니다. 그러니 안심하시길.


거절을 잘 해야 한다. 그것도 아주 유연하게.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유연한 거절이 필요하다. No라고 하지 않으면서 대안을 건네주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새로운 대안에 집중한다. 거절은 이제 끝이 난 것이다. 새로운 대안은 어쩌면 그들에게 더 나은 선택지일 수도 있다. 이런 거절을 배운 것은 내 삶 전반에서도 중요한 변화였다. 나는 착한 사람 컴플렉스라도 걸린 것마냥 모두에게 잘해주려고 했다. 지금은 아니다. 나도 가릴 줄 안다. 나는 좋은 사람이지만 모두에게 좋을 수는 없다. 이걸 알기까지 꽤 걸렸다. 하지만 값지다. 또한 이 일은 시간관리가 중요하다. 거절을 해야 자신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체력은 한계가 있다. 그러니 시간 관리를 위해 효율적으로 거절해야 한다. 만나는 사람들도 동료들이다보니 이런 점은 서로 이해하는 편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나이가 드니 사람보다 중요한 것은 나라는 걸 알았다. 나는 오직 하나.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난 좀 느긋한 편이었는데, 하늘 유영을 시작하며 약속 시간 30분 전에 가는 것을 기본으로 여기게 됐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더군다나 나는 뚜벅이라 더 그렇다. 미리 도착해서 느긋하게 커피를 한 잔 하거나 필요한 걸 사며 기다리는 것이 낫더라. 여유를 즐기고 싶다. 삶은 복잡하고 탁하며 숨이 막힐 때가 있어서, 난 나의 여유를 찾아주는 편이다. 책을 읽거나 편지를 쓰기도 한다. 그렇게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 벅찬 삶이 좀 나아지더라. 


대개 친절한 편이라, 공손하게 말하는 나의 언어 습관이 면접관들의 환심을 샀을지도 모르겠다. 어머니, 아버지의 교육 덕에 어르신들께 깍듯이 대한다. 덕분에 여기저기에서 사랑을 받았다. 뭘 그렇게 예의를 차리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부모님이 정답이었다. 예의가 없으면 개념을 잃고 짐승이 될 수 있다. 그리 되지 않은 것은 부모님의 덕이리라. 정말 감사합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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