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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하는우주인 Sep 03. 2024

하늘 이야기 5

하늘 유영, 그것이 알고 싶다

프라하의 야경


하늘 유영, 그것이 알고 싶다. (당신이 알지도 모르지만)



      사실 하늘을 자주 유영하는게 인간의 몸에 잘 맞진 않는 것 같다. 나는 매우 건강한 사람이었으나 이 일을 시작하고 이로 인해 내가 심하게 아플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나는 자주 아픈 사람이 아니었고 그건 그냥 일생에 늘 있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빈도수가 증가했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와 건강검진을 받았다. 다행히 짜고 맵고 단 음식을 먹지 말란 얘기 외엔 따로 코멘트를 받지 않았다.


물론 남의 돈을 벌어 먹는 일은 쉽지 않기에 아플 수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 대부분은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임을 확신한다. 고로 나도 직장인이기에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너무 추운 환경, 시차 등 다양한 이유로 나는 내 몸이 더욱 피곤해하고 쉽게 떨어진 면역력으로 힘겨워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먹고 밥도 잘 챙겨 먹으려고 한다. 그리고 수영도 하러 간다. 가끔 기분전환으로 산책을 하러 가기도 한다. 멘탈 건강을 위해 일기도 쓴다. 못다한 이야기들, 내가 굳이 꺼내놓지 않아도 될 개인적인 것들을 적어나가면 맘이 편안해진다. 나만의 방에 나를 두고 맛난 것도 먹여주고 잠도 제대로 재워준다. 책도 읽는다.


업무 스트레스로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나도 그렇다. 직장인의 필수 요소 아닌가? 예민함, 짜증. 지나가다가 본 영상에서 유명 작가가 '짜증난다'라는 말로 나의 감정을 퉁치지 말라더라. 그래서 나도 조목조목 내 감정을 돌아본다. 나는 이제 나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확인받지 않는다. 내가 느낀 바, 늘 맞더라. 그래서 난 나를 믿어주기로 했다. 누군가에게 아무리 좋은 사람도 내게 맞지 않다면 그런거다. 나도 누군가에겐 한없이 이상한 사람이리라.


레이오버에서 동료들과 나가냐 묻는다면 사실 나는 혼자 가는 편이다. 우리 회사에선, 한국인들이 이런 시도로 유명하다. 독특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시간은 소중하다는 걸 아는 혜안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 사람들에게 시달리고 이제야 자유를 찾는 시간이기에, 난 웬만하면 홀로 다닌다. 그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는 상황이 생길 수 있지만, 그런대로 홀로 풀어나간다. 인생의 팁을 터득한다. 나도 사람에게 꽤나 의지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만큼은 아니다. 인간은 홀로 설 때야 비로소 성장하더라.


팀워크 가능합니까? 네. 홀로 일하기, 괜찮나요? 네. 다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웬만한 아르바이트를 다 섭렵했었다. 그땐 사실 돈 때문이었다. 참으로 간단했다. 그런데 그 사이, 나도 모르게 정말 엄청나게 내가 성장했더라. 그래서 가능하다. 동료들과 서슴없이 어울리는 거? 할 수 있습니다. 홀로 일하기? 제 담당은 제 책임이죠!


퇴근 후 비행에서 있었던 일은 가져가지 않는다.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 첨엔 잘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깨끗하게 버리고 온다. 마치 쓰레기처럼. 그런 감정은, 가지고 가지 않아도 된다. 나의 날들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자칫 매몰될 수 있다. 이 직업은 사실 시간을 잘 활용한다면 많은 일들을 해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퇴근 후 나는 더이상 승무원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의 삶을, 온전히 나로 존재하기 위해 재활용조차 되지 않는 기억들은 두고 간다. 후련하게. 잘 안 된다면 진짜 버리는 상상을 해보길 바란다. 효과가 있다. 인생이 힘든 시절에, 고등학교 친구도 나와 같은 고민을 토로하며 말했다. 자기는 잠이 들기 전 스스로를 안아준다고. 그 친구도 나도 지금은 잘 살고 있다. 살아내고 있다. 그때 그 친구의 말이 참 인상깊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나를 안아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날밤 다를 한껏 안아주었다. 상상은 때론 힘이 세다.


나는 소위 계획적인 사람이지만 예전만큼은 아니다. 세상은 계획대로 굴러가지 않으며 내가 그 계획을 지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획은 세우지만 그 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레이오버에서 계획을 세워도 그날의 날씨, 요일 등 다양한 이유로 이를 완수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오늘도 더블린에 도착해 룸메이트가 추천한 성에 가려 했느나 비가 엄청 내리길래 호텔콕을 했다. 이 일을 업으로 삼으며 나는 더욱 큰 유연성을 길렀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도 레이오버는, 더 나아가 인생은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 나는 확신한다. 당신의 삶에 여유를 주기를 바란다.


나는 일하는 데이 있어서 자존심 세우지 않는다. 뚝심과 자존심 세우는 것은 다르다. 어릴 땐 몰랐지만 자존심을 세우는 순간 나는 사람도 잃고 내 시간도 잃더라. 그런 의미에서 승객 앞에서의 난 마치 가르침을

받는 호기심어린 아이 한 명이다. 물론 나는 그 승객보다 이 비행기에 대해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중요한가? 아니다. 그래서 난 자존심을 세우지 않는다. 다만 내가 인간으로서 대우받지 못했을 때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게 말을 걸어오는 승객들의 의도는

다양하다. 필요에 의한 것일 경우가 많다. 너무 긴 비행, 말도무를 원할 때도 있다. 그저 푸념과 넋두리들

들어주기만 바랄 때도 있다. 나는 역할 놀이에 능한 편이라, 여러 역할 가능하다. 역할 놀이라니! 난 뽀로로처럼 노는 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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