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이러합니다.
시작은 이러합니다.
사실 비행 이륙 시간이 오전 5시라면 우리는 3시간 전부터 이미 모여 있다. 그러므로 모이기 위해 준비 시간을 합치면 사실 나는 6시간 전부터 준비를 한 상태이다. 그래서 화장도 지속력이 내겐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다. 나는 사실 준비도 느긋하게 하면서 밥도 적당한 속도로 먹고 싶어서 픽업 3시간 전부터 준비한다. 사실 보통은 2시간, 진짜 손이 빠르면 1시간만에 하고들 오시더라. 나는 빠르면 빠르지만, 뜻하지 않는 상황으로 다급하게 준비하고 싶지 않아서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다. 게다가 내게 제대로 밥을 챙겨주지 않으면 노예가 된 느낌이라서 더 그렇다. 우리는 밥의 민족이니까.
아무튼 내 기숙사는 브리핑 1시간 전에 픽업을 하기에, 보통 버스에 타면 선잠을 자거나 브리핑 질문을 정리해 본다. 일한 지 2년인데 아직도 보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게을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내가 한번만 보면 다 알게 되는 천재라면 좋겠지만 아니니 열심히 살아보고자 한다. 아무튼 살아보겠다. 그래서 버스에서 내리면, 레이오버가 있을 경우 수트케이스를 따로 보낸다. 여기로 가는 거 맞니? 끄덕하면서 수하물 스티커를 받아든다. 그리고 사인 인, 스와이프를 한다. 보통 기숙사가 본사와 가까워서 일찍 도착하기에, 커피를 마시거나 화장실을 간다. 때론 그냥 브리핑룸으로 간다.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게 더 낫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개 브리핑 시 받을 질문을 본다. 들어오는 동료들과 인사를 나눈다. 어디 가는 거 맞지? 맞아. 하고 다들 자리를 잡는다. 얼추 다 들어오면 문을 닫는다. 다소 엄숙한 분위기에서 브리핑이 시작된다. 우리 회사는 좀 더 브리핑에서 각을 잡기 때문에, 처음엔 적응이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나도 무표정이다. 인사할 때만 해사하게 웃는다. 요즘은 따로 기기를 사용하기에 픽업 전부터 포지션을 배정받는다. 또한 브리핑 가기 전에 비행 정보도 다 적기 때문에, 특별 기내식이며 비행 정보는 이미 빠삭하다.
회사 특성상 종교와 가족을 중시하기에, 특별 기내식이 엄청 많을 때도 있다. 지금은 익숙하다. 30개 이하이면 신기하다고 이야기할 정도이다. 첨엔 너무 무서웠는데 이젠 괜찮다. 익숙해진 것이다. 농담도 할 줄 알고 많이 차분해졌다. 처음에 소위 주방장, 갤리 담당을 맡았을 때엔 정말 떨렸다. 그러나 하고 또 하고 끝까지 하다보니 이제는 그 포지션을 안 하는게 이상할 정도다. 이제 시니어가 되었는데도 시키는 걸 보니 대단한 실력가가 될 운명인가보다. 대단한 운명을 타고난 듯하다. 즐겨 보도록 하겠다.
보딩 시작 전에도 각자의 포지션에서 할 일이 많아 서로를 도와주기엔 무리가 있지만 사실 각자 위치에서 해내는 것이 협동심의 첫걸음이다. 이미 보딩 시작도 하기 전인데 시간이 많이 지나서, 밥을 안 챙겨 먹고 오면 머리가 핑 돌기십상이다. 나는 이쯤 커피를 한 잔 마신다. 블랙이다. 인생은 쓰고 삶은 길기 때문이다.
보딩이 시작되면 또 포지션별로 각자의 위치에서 손님들의 안내를 돕는다. 생각보다 자리를 잘 못 찾는 고객이 많아 안내는 필수다. 또한 휠체어 승객, 나이가 많이 든 승객은 우리의 안내가 절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딩은 우리에게 중요하다. 승객을 프로파일링하기 때문이다. 어떤 승객이 타는지, 술에 취하진 않았는지, 아프진 않은지 등의 정보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정보이다.
보딩이 끝나면 안전 비디오가 나온다. 비상상황에서 승객이 알아야 할 필수 정보가 상영된다. 이는 아중요해서, 나는 입이 닳도록 우리 가족들에게 주입시키는 편이다.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거기에서 일하는 직원은 누구보다 전문가이기에 그들의 말을 고분고분 따르는게 이득이라는 사실이다. 그들이 신입이든 아니든간에 분명 우리보다는 교육받은 이들이다. 나는 꿈의 항공사에 들어오면서 정말 많은 가치관의 변화를 겪었다.
그 중 하나는 직업은 그저 나의 일부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모든 직업인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인간이기에. 그리고 내 삶에서 나는 좀 더 자유로워졌다.
문을 닫는 경우는 공개적인 방송이 나오면 그에 따라서이다. 보통은 비디오가 나오기 전이지만 그 후일 수도 있다. 서로가 문을 닫았는지 확인하며 그 정보를 수퍼바이저에게 알린다. 비디오가 끝나면 시큐어라고 해서, 좌석 등받이를 올리고 좌석 벨트를 했는지 등에 대해 최종 점검을 한다. 그리고 우리도 좌석에 착석한다. 수퍼바이저에게 인터폰으로 이륙 준비가 됐음을 알린다. 보통 동료와 같이 앉기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거나 조용히 이륙을 기다린다.
비행기가 어느 정도 안정 고도에 진입하면 우리의 업무 시작을 알리는 벨이 울린다. 우리는 일어나 구두를 갈아신고 에이프런을 입는다. 내 구역에 아기가 있을 경우 승객의 의사에 따라 베이비 베시넷을 설치한다. 첫번째 메인 서비스를 시행하기 위해 다들 바삐 움직인다. 그리고 중간에 화장실 문을 연다. 세 가지의 옵션에 따라 기내식을 서빙하고 후에는 커피와 차도 같이 드린다. 첫번째 서비스 후에는 기내가 어둡게 바뀐다. 긴 비행이라면 두번째 메인 서비스 전에 샌드위치를 서비스한다. 비행 시간에 따라 서비스는 달라진다.
서비스를 다 마치면 착륙 준비를 하는데, 그때에는 단계적인 시큐어, 기내 안전을 진행한다. 마지막 최종 점검을 마치면 우리도 좌석에 앉아 이 정보를 수퍼바이저에 알린다. 그리고 우리는 레이오버에서 무엇을 할지 이야기를 나눈다.
착륙하고 하기 후에도 우리의 할 일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다시 이 비행기는 새 크루들과 베이스로 돌아가기에 이를 위한 준비를 마친다. 드디어 일이 끝났다. 레이오버에서 뭘 할지 막 계획하는 편은 아닌데 일단 퇴근이라 신이 난다. 호텔에서 차례로 방 키를 받아 헤어진다. 드디어 나의 시간이 시작됐다. 퇴근을 축하하는 직업인.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