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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하는우주인 Aug 29. 2024

하늘 이야기 3

승객 소개

생의 푸르름을 사랑한다.




승객 소개



1. 아프리칸


이 분들은 영어로 말하는 방식이 굉장히 센 편이다. 그리고 물음은 보통, 끝을 올리는데 그냥 평문장처럼 말해서 몇 번이나


"나 지금 질문하는 거야"


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사람을 부르는 방식이 독특한데 우리가 개를 부를 때 하는 것처럼 '쉬 쉬' 이런 소리를 낸다. 첨엔 약간의 감정을 느꼈지만 지금은 그러려니 한다. 심지어 이 섹터는, 브리핑 룸에서도 그런 소리에 따로 상처받지 말라고 당부할 정도다.


이 분들은 되게 쿨한데 음식을 아낌없이 주면 좋아하신다. 캐서롤 하나로는 모자라다는게 이들의 이야기이다. 이해가 되긴 한다. 약간 우리 회사 기내식(일명 캐서롤)은 양이 적긴 하다. 그래서 서비스가 끝나면 꼭 갤리로 와서 한 개만 더 먹겠다고 한다. 챙겨드리면 두 배로 신나 하는 분들이라 흥이 많다고 느낀다. 음식이 문제지, 사실 비행에서 따로 불만을 토로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물론 내 경험상 그랬다. 하지만 까다로울 땐 또 한없이 까다로워서, 그런 면에서 놀랄 때가 있다.


아프리칸들이 유일하게 아는 아시안은 중국인지, 내게 중국어로 말을 걸어온다. 그러면 나는 단호하게 중국인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럼 너무나 놀라면서, 미안하다고 하며 어디에서 왔는지 묻는다. 아프리카를 방문하며 느낀 것은, 중국분들이 엄청나게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 시야가 이렇게 또 넓어졌다.



2. 아시안


보통 아시안분들 내 국적이 궁금하시지 음식은 별 감흥이 없다. 특히 밤 비행이면 부대낀다는 식으로 거절한다. 그리고 서비스가 많은 우리 회사 특성을 굉장히 놀라워 하신다. 또? 또 준다고? 라는 표정으로 모든 음식을 거절하신다.


중국에서 오신 분들은 내 얼굴을 보면, 바로 중국어를 하신다. 하지만 나는 중국인이 아님을 영어로 표현한다. 놀라며 유창한 영어로 이야기하신다. 내가 중국어를 못 하기 때문에, 중국분들은 내게 화타에 가깝다. 그러나 들은 바, 말이 통하면 좀 곤란한 편인 듯하다. 물론 중국분들 대부분은 다 좋다.


필리핀분들은 말을 걸면 대답을 하시지만 내게 특정 요구를 하지 않으신다. 필리핀에서는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꽤나 각광받는 직종이며, 똑똑한 사람들이 하는 거라는 인식이 있다 한다. 그래서 쉽게 말을 못 거는 거라고 같은 반 친구가 알려줬다.


태국분들도 조용히 비행하시는 편이다. 대개 음식을 잘 드시지 않는다. 그럼에도 기내식을 받아서 드셔보시긴 하더라. 사실 랜딩해서 먹는 태국 음식이 더 맛있을테니, 이해는 한다. 저도 내려서 태국 음식 그랩으로 시키는게 더 좋아요!


간혹 한국분들이 보이기도 하는데 내가 한국말을 하면 조금 놀라신다. 나는 기내에서 화장을 아주 진하게 하기 때문이다. 흡사 외국인처럼 보인다. 그리고 반가워 하신다. 가끔 와서 도란도란 수다를 걸기도 하신다. 하지만 대부분 첨에만 놀라시고 조용히 비행을 하신다. 내릴 때에도 나이 지긋한 분이나 어린 아이가 아니면 그냥 무난하게 인사를 하고 하기한다.


인도네시아분들은 내가 말이 안 통해서일까 천사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연령대가 높아서일 수도 있겠다. 종교 특성상 메카를 방문하시는데 다들 나이가 지긋하시다. 내게 다짜고짜 인도네시아어를 하는데 내가 알아들을 리없다. 하하. 그럼에도 웃으면서 말씀하신다. 보통 물이나 밥 이런 거라 내가 알아듣는 줄 아시는 듯하다.


인도인은 먹을 걸 정말 좋아한다. 다 먹으려고 해서, 다 준다. 그럼 정말 좋아한다. 음료도 2개 정도는 기본이고 메인 식사 사이의 샌드위치도 꼭 먹으려고 서로를 깨운다. 커피며 티며 가리는 것이 없다. 놀란 것은 커피에도 설탕을 많이 타는데, 아기가 먹는 우유에도 설탕을 한 봉 타달라고 하더라. 아무튼 정말 단 걸 좋아한다고 느꼈다. 습하고 더운 곳에서 나고 자라서인가 싶다. 또 대륙이 커서인지 어떤 분은 인도인이 아니라 여느 다른 나라의 아시아인처럼 생기기도 하고, 인도어를 못 써 영어로만 소통 가능하다. 그 지역은 대부분 대학교를 졸업한다고 한다. 아무튼 흥미로운 민족이다.  





3. 유러피언


유러피언은 내게 좀 새로운 인종이었다. 내 인생에서 아주 드물게 만났기 때문이다. 새로웠던 것은, 프랑스인이나 이탈리아인들은 자기들의 언어로 내게 말을 건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영어로 말한다. 사실 기내에서는 쓰는 말이 한정되기 때문에 물? 아니면 화장실이다. 어쨌든 다른 언어여도 말이 통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내게 인상적이었던 국적의 승객은 독일인과 오스트리안이었다. 그들은 굉장히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교육받은 듯했다. 그런 예의범절을 나는 좋아한다. 사실 나는 무례한 사람을 정말 싫어한다. 그래서 나도 무례하지 않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그들은 영어 한마디를 해도 어찌나 친절하던지! 사실 예의란 엄청난 힘이 있고, 글로번 매너란 말도 있지 않은가! 누군가 나에게 예의바를 때, 나조차도 감동한다. 유러피언 중 내게 그런 인상을 준 국적의 승객분들. 하기할 때에도 너무 고맙다고 하시는데 매 비행마다 뿌듯했다.


폴란드가 루마니아 등 동유럽분들은 차갑고, 웃지 않지만 막상 말을 걸면 엄청 친절하다. 나도 사람인지라 인상으로  판단하기 마련인데, 그걸 깨준 민족이다. 인상만 그렇지 사실은 엄청 호기심이 많고 친절하다. 내가 묻는 질문에 꼭 답하려고 하며, 기다릴 줄 안다.




4. 중동인


우리의 주요 고객일 거라 생각하겠지만 특정 노선이 아니면 뵙기 힘들다. 하하, 특정 노선에 많음 또 골치가 아픈데 민족성인지, 성격이 독특하다. 컴플레인을 걸 것처럼 비행 내내 드라마를 만들고 우리를 괴롭히는데 또 내릴 때에는 엄청나게 만족하며 고맙다는 말을 남긴다. 츤데레라고 해야 할까. 이해하기를 포기했다, 나는. 그래서 뭔가 요구하면 주는 편이고. 심지어 이 국적의 크루들도 이 승객들과 길게 대화하지 말라고 할 정도이다.


아무튼 중동도 중동 나름이라 오마니들은 또 굉장히 겸손하고 친절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사실 만나본 적이 없어서 듣기만 했다. 그래서 오만을 베이스로 한 항공사도 다니기 좋다는 소식을 들었다.


현지인들 중 이상한 사람이 있긴 해도, 대개 나는 괜찮은 분들을 만났다. 기내에서 잘 먹지 않으며 내가 실수를 해도 괜찮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물론 엄청나게 컴플레인을 하고 타자마자 드라마를 만드는 민족도 봤다. 모든 크루들이 고래를 절레절레 흔든 비행이었다. 사실 내용은 별거 없지만, 우린 아무도, 그 누구도 '왜'라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아마도 중동이라 해도 지역마다 차이가 있어서 그런 듯하다. 어떤 나라는 오일로 부유하지만 또 어느 곳은 해당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나도 잘 몰랐다. 이러한 사정은 사실 현지에서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그들은 차를 좋아하기에, 커피보다는 차를 엄청 내리는 편이다. 매 비행마다 차를 달라고 혈안이 돼 있다. 중동에 차는 '샤이'인데, 그 말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듣는다. 여기저기서 손을 든다. 자기 차례가 아니어도 무조건 든다. 하하, 놀랍게도 첨엔 적응을 못했지만 지금은 기다리라고 양해를 구한다. 그럼 또 얌전히 기다린다.




5. 아메리칸


미국인들은 대개 기내식에 심드렁하고 또 먹으면 잘 먹는 편이다. 서비스할 때마다 감사하다 고맙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미국 비행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미국인이면 좋겠지만, 사실 우리 회사 특성상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 비행에서 진짜 미국인이면 더 잘 보이는 편이다. 큰 불만없이 뭐든 잘 드시고 커피는 블랙 아니면 크림이 필요한 분들이다. 나도 블랙이기에, 그리고 미국의 커피 문화를 깊이 알고 있기에 이따금 반갑다.


멕시코나 코스타리카 등 열정적인 나라의 분들은 표정부터 밝다. 사실 내가 스페인어를 하진 못하기 때문에, 서로 영어로 얘기하는데, 가끔식 그분들이 스페인어를 섞어 말하실 때가 있다. 뭘 드려도 잘 드시는 편이고 나 같은 아시안을 드물게 보니 신기하게 나를 구경하는 편이다. 동물원의 원숭이 느낌보다는 나를 하나하나 관찰하는 느낌이라 매력 발산을 좀 해본다. 나도 사실 잘 못 보는 민족을 뵈면 신기해 하는 편이다. 물론 티는 안 내지만 오오 속으로 생각한다.


티비에서나 보던, 진짜 한국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과테말라 등에서 온 크루들도 신기하다. 그들도 내가 신기하듯. 열정적인 이미지만큼 그들은 업무에 있어서도 그렇다.


삶에 대한 그들의 의지와 열정은, 한국인으로서 오랫동안 살아온 내게 깊은 영감을 준다. 이런 삶도 있구나 하고 말이다.  난 또 나의 세계가 한껏 확장된 것을 느낀다. 세상은 넓고 정말 배울 것이 많은 것 같다.


매번 다양한 국적의 크루나 승객과 만는 일의 장점은 나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을 통해 그들은 나를 통해 서로의 세계를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간다. 나는 손님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입에 맞춰 이야기를 한다. 그럼 또 다른 나를 발견한다. 이런 나도 있구나! 인생은 끊임없이 배우는 과정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또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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