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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하는우주인 Aug 28. 2024

하늘 이야기 2

하늘 유영 전 주의사항 

다들 엄마 사진첩이냐고 놀리지만, 나는 꽃 사진 찍은 것을 좋아한다.
하늘 유영 전 주의사항 



     하늘에 오르면 사람들은 많이 변한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어른은 아이가 된다. 관심을 받고자 노력한다. 뭘까? 나는 늘 스태프로 비행할 때에 없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절대로 콜벨을 누르지 않으며 내가 부탁하는 건 갤리에서 내 텀블러를 채울 물 정도이다. 


사실 하늘에 오르면 지상과 다른 자신의 면을 볼 때가 있다. 멀쩡한 젊은이도 상공에서 술을 지상에 마시듯 먹는다면 고꾸라지기 쉽다. 그런 의미에서, 주목과 관심을 받고 싶은 맘을 이해한다. 300명의 승객을 뒤로 하고 홀로 메인 주인공이 되는 건 썩 그럴싸하기 때문이다. 나도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는 1인당 자신의 구역에 맡아야 하는 승객이 거의 100명 가까이 된다. 물론 중요하고 심각한 상황은 늘 발생하기에, 우리는 그렇게 훈련받아 왔으며 그 상황에서도 서비스를 이어간다. 


하늘의 일들은 생각보다 상상 이상이다. 정말 놀랄 것이다. 얼마전 우리 회사 어느 노선에서 아기를 출산한 일이 크게 발표됐다. 가끔은 손님이 죽기도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손님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보딩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손님들의 프로파일을 작성한다. 극한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우리는 지난 비행기에서 술을 많이 마신 승객 등 여러 사람들을 프로파일링 한다. 우리는 정보를 모으고 공유한다. 20C, 저 승객 지금 6번째 맥주를 마시고 있어 라든가. 


사실 비즈니스를 이용해보면 이노코미의 열악한 환경을 더 잘 이해할 것이다. 일하는게 낫다 생각할 정도로 이코노미는 좌석 간격도 좁고 공기도 답답하다. 공간에 비해 승객이 너무 많다고 느낄 때도 있다. 그러나 항공 회사는 이익을 위해 간격을 좁히고 좌석을 추가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이득을 위해 움직이는 사기업이므로, 나도 이해한다. 오히려 피해를 보는 건 승객이다. 스태프로 비행할 때 따로 싸는 파우치가 있을 정도로, 이코노미의 환경은 열악하다. 하지만 이는 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안타깝다.


젊은 사람들도 때론 적응이 어려운 높은 상공에서, 사람들은 머리가 아프거나 귀가 아픈 경험을 한다. 우리를 찾아주길. 더 빨리 말할 수록 좋다. 우리는 8주간의 훈련에서 기본적인 CPR과 응급 상황 대처 방법을 깊게 배운다. 수많은 약들을 외울 때에는 내가 약사 시험을 보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언제나 우리는 당신을 위해 준비돼 있다.


위급 상황에서, 우리는 죽거나 살아남을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 당신은 비상 착륙 상황에서 짐을 버려야 한다. 짐은 당신의 목숨을 위협한다. 몇 년 전 모 항공사의 기내가 검은 연기로 가득찼을 때 짐을 챙기고자 아등바등하던 승객들의 모습이 찍힌 적이 있다. 그래선 안 된다. 당신은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짐을 포기하고 밖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훈련받았고, 큰 소리로 울리는 비상 착륙 안내에 따라 비행기를 탈출하길 바란다. 최근 세부에서 모 항공사가 긴급 탈출을 했고 큰 소리로 같은 구호를 외치는 승무원에 놀랐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인간은 당황하면 우왕좌왕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린 더 크게 소리를 높인다. 우리는 당신을 구할 의무가 있다. 당신을 우리의 소중한 승객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이, 우리의 업에 대해 비하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괜찮다. 그건 그들의 가치관일뿐. 나는 이 직업으로 커리어를 이어 나가면서 더 이상 남의 직업을 비하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각자의 사정이 있다. 우리는 절대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해보아야 한다. 그래서였을까, 늘 많은 경험을 했던 어른들은 말이 없었다. 그저 나의 말을 묵묵히 들어줄 뿐이었다. 


소위 물경력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가능하다면 이 직업적 커리어를 이어 나가고 싶다. 사실 생각해보면 물경력 아닌 것이 있는가? 그것에 영원히 등을 돌리는 순간 그저 경험으로 남을 뿐이다. 나는 생각보다 이 직업이 잘 맞았다. 나는 체력이 유난히 좋았고 꾸미는 걸 좋아했으며 사람들과 교류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능하다면, 정말 가능하다면 쭉 이 일을 해내고 싶다. 어떤 이에겐 참 매력적인 직업이지만, 체력적인 이유로 혹은 정신적, 다양한 이유로 이 직업을 떠나는 이들이 많다. 이해한다. 시도는 늘 아름답고 어떤 결과를 맞이했든 경험으로 남는다. 경험을 언제나 강점이 된다.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러니 어떤 시도든, 해보길 바란다. 분명 훗날, 당신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그래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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