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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하는우주인 Aug 26. 2024

하늘을 유영하는 우주인

저의 업은 하늘 유영입니다.

내 사랑의 데스티이션, 보스턴으로 가는 에어버스



  
하늘을 날아 다닌다



      어떻게 하늘로 갔나요?


하늘로 갔습니다. 그리고 새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동화의 마무리같이 들리겠지만 이건 내 커리어의 시작이었다.


엄청난 꿈을 품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취업 준비로 한창이던 때에, 동생들과 히로시마 여행을 갔다. 그때에 탔던 저비용 항공사에서 바쁘게 일하는 승무원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이 직업을 해보는 건 어떨가? 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하지만 국내 항공사는 어려울 것 같아서 외국 항공사로 눈길을 돌렸다. 내가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미 미국에서 한 번 살아봤기에, 적응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국내의 지나치게 높은 기준에 나를 맞출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여행을 좋아한다. 단순하게 시작했다. 그러나 여행을 좋아한다 라는 생각만으로는 동기가 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영어로 말하는 걸 좋아하는 나,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나로 어필하기로 했다. 갈피는 못 잡아, 학원에 등록했다. 사실, 돌아보면 다시는 등록하지 않을 것 같다. 어쨌든 학원 대행 항공사에 바로 붙었다. 첫 지원이었는데!


"You are selected"


사실 그 항공사는 처음에 나를 그냥 집으로 보냈다. 서울에서 하는 채용이었기 때문에, 나는 호텔에서 짐을 찾아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려고 했다.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나를 찾고 있다고. 면접관들을 다시 보러 오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캐리어를 들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아까는 그렇게나 차갑던 면접관들이 나를 두팔 벌려 환영했다. 그리고 위와 같은 말을 했다. 그러나 외국 항공사 특성상 말 바꾸기의 선수이므로, 선생님들은 그냥 기다리라고 하더라. 그러나 다음날 메일을 받았을 때, 나는 합격자 리스트에 있는 나를 확인했다. 


그리고 첫 항공사에 들어갔다. 내가 하고 싶을 일을 진짜 할 수 있다니! 많은 축하와 환영을 받았다. 전혀 다른 도시에서의 생활, 그러나 나는 그럭저럭 적응해나갔다. 내가 그리 할 수 있었던 건 든든한 연대가 되어준 룸메이트들 덕이었다. 전혀 다른 문화는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 적응을 한다고 하지만, 사실 많은 놀라움을 준 문화라 늘 새로웠다. 억지로 나를 끼워 맞추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첫번째 항공사에서 배운 것들은 내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메일을 쓰는 방법부터 진상 손님에게 대처하는 방법까지. 비행기가 딜레이 될 때, 짧은 비행이 긴 레이오버가 될 때 어찌 해야 하는지 등 말이다. 


그리고 지금의 항공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코로나라는 엄청난 바이러스가 온 세계를 덮쳤다. 나는 그 급류에 휩쓸렸다. 그럼에도, 현재의 항공사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알바비를 모아 오픈 데이(일종의 인터뷰)에 갔다. 그러나 매번 고배를 마셨다. 후에 내린 결론은, 교정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나는 아랫니가 고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생의 권유로 결심했다. 내내, 견뎌야만 했다.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커리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발로 뛰었다. 알바를 넘어서 여러가지 일들을 견뎌야 했다. 어떤 건 잘 맞았고 어떤 건 정말 안 맞았다. 나의 취향을 알아가기에 큰 경험이었다. 세상 모든 일이 나와 맞을 순 없구나. 팬데믹으로 인해 현재의 항공사는 심지어 크루들을 정리했고 나는 앞이 깜깜했다. 그럼에도 간간이 올라오는 채용 공고에 지원했다. 


어쩌면 다시 조인해서 비행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절대로'라는 말을 믿지 않기 시작했다. 그쯤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런 내가 좋았다. 그래, 그럴 수 있어. 절대로는 없으니까. 

 

그러나 한 2년쯤 넘어갈 때, 현재의 항공사에서 정리했던 크루들을 차차 불러 들였다. 그리고 나의 차례가 돌아왔다. 수많은 나라를 돌다가, 그것도 치열하기로 정평이 난 한국에서 면접을 보게 된 것이다. 면접은 총 3일. 한다고는 하지만 잘 안 되는 면접 준비와 파르르르 떨리는 입꼬리와 함께 나는 나의 미래를 그려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첫번째 항공사도 비슷한 지역이었기에, 적응은 쉬웠다. 하지만 대감집은 만만치 않았다. 조이닝도 어려웠지만 트레이닝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다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기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당당히 통과하여 비행을 시작했다. 연습 비행을 두 번 하는데, 첫번재 연습 비행 기종이 A320이었다. 내가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배운 기종이었다. 짧은 비행이었지만 가슴이 두근거렸다. 


진짜, 내가 돌아온 것이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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