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통한다고 그들이 당신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7. 승객 프로파일
영어가 통한다고 그들이 당신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승객의 프로파일은, 주요 고객층은 당신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크루는 필히 승객과 이야기를 하고 또 마음을 나누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영어라는 세계 공용어가 통하더라도 승객이 당신을 이해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승객의 안전을 위해 비행기에 탑승한다. 하지만 간혹 어떤 승객들은 당신을 하늘 위의 노예나 개인 비서쯤으로 본다. 크루는 자신의 존에서 40명 이상의 승객을 담당한다(이코노미 기준). 때로 승객은 진상 고객일 수 있다. 블랙 컨슈머일수도 있고 체리 피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승객이 그러하다면 시나리오는 달라진다. 그것은 중동 항공사의 특이성이다. 특히나 중동에선 더 그러하다.
승객 프로파일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적의 승객들에게 모든 크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심지어 같은 국적의 크루조차도 그런다. 때론 그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양 행동한다. 이상한 일이다. 아니, 알 만한 일이다. 그들은 지나치다. 민족성이랄까. 자세히 탐구하진 않았지만 그들의 특성은 체제와 종교 그리고 사회 전반을 계급으로 나누는 시스템이 기원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맞았다. 그들은 세계 어느 곳에든 산재해 있다. 심지어 내가 뜻하지 않게 레이오버를 한 남아공의 더반이란 곳에도 그들이 있더라. 중동 항공사에서 일해본 크루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이들이다. 굳이 말을 첨가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다. 이들이 퇴사 사유가 되기도 한다. 승객뿐만 아니라 크루로서도 협조하고 싶지 않은 프로파일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말이다. 나라가 커서인지 북쪽에서 온 친구들은 또 부지런하고 영어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나는 그들을 존중한다. 이곳에 취직하여 가족 전체를 먹여 살리고 한푼 두푼 모아 집을 사고 땅을 사는 그들에게 이곳은 기회의 땅일 것이다. 물론 나에게도 그렇다. 의미가 다르지만. 크루들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다양하다. 추구하는 바에 따라 행동 양상도 달라진다. 돈은 나에게도 중요하다. 그러므로 그 크루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때로 그 국적의 크루들은 다른 크루를 이용한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모두가 싸운다. 자신의 몫을 챙기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마치 그들은 '자신의 몫만 챙긴다' 라는 모양새를 보인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들의 영향을 받은 이들은 많다. 나는 그들을 선호하는 크루를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들은 식성이 까다로운데 가끔 나는 비행기를 레스토랑으로 착각하는 것이 아닐까 라고 느낄 때가 있다. 대개의 크루들이 그러하다. 특별식을 자주 시키는데 그게 무엇인지 꼬치꼬치 캐묻는다. 이해한다. 나는 지식을 전한다. 하지만 요리사도 아닌 내게 자신들의 취향을 말한다. 안타깝게도 아무 소용이 없는 제안이다. 나는 요리사가 아니며 당신의 크루이다. 나는 안전을 위해 비행기에 탑승한다. 나는 하나의 도어를 책임지거나 갤리를 담당한다. 나에게는 당신을 돌보는 일 외에도 할 일이 많다. 특히나 우리 회사는 업무량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다. 우스갯소리로 이곳에서의 2년이 다른 곳에서의 4년이라고 말하곤 한다. 나는 이 말을 이해한다. 커피나 음료를 줄 때에도 마치 바나 카페에 온 양 행동하는 그들을 본다. 물론 이해한다. 비행기삯은 비싸다. 그만큼 다 누리고 싶어하는 맘을 안다. 특히나 비행기는 타 교통수단에 비해 훨씬 비싸다. 알고 있다. 하지만 2~3가지 음료를 받아 한 모금 마시고 그 가득든 텀블러를 건네는 그들을 볼 때면 나는 조금 한숨이 난다. 기후 변화를 방지하기 위한 재활용은 글렀다. 아무튼 까다로운 이들의 요구에 크루들은 늘 진저리친다. 정도를 아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중동 자체에서 온 이들도 놀라울 정도의 특성을 갖고 있다. 이들은 화가 많지만 기분파이기에 하기할 때에는 방긋 웃으며 고맙다고 한다. 2시간 전에 화를 내던 이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공교육의 중요성을 느꼈는데, 글로벌 매너도 따로 배워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그들의 화장실 문을 못 열어도 괜찮다. 다만 인간으로서의 존중을 상실한 모습을 볼 때면 정말 할 말을 잃는다. 2년 2개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여기에 다 담지 못하는 무수히 많은 일들 말이다. 그들은 여러분의 상상 이상이다. 납득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오일. 그것은 모두에게 부를 가져다주진 않았다. 가난한 중동 국가도 있으며, 그에 따른 차이도 있다. 또한 부자인 나라에서조차도 모두가 부자는 아니기에, 그 차이를 볼 것이다. 인성이란 것은 부자든 아니든 나이가 많든 적든 성별이 어떻든 국적이 어떻든 상관없다는 걸 깨달았다. 다만 나는 이들의 행동을 반면교사삼아 남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고자 한다. 나의 기준은 늘 부모님인데, 부모님을 욕 먹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그리고 후에 내가 행한 일들이 나를 부끄럽게 한다면, 나는 이를 행하지 않는다. 대개의 아시안 국가에서는 철저한 가정 교육을 받는다. 신기하게도, 중동인들은 보모에게서 자라나 부모님과 교류가 별로 없다. '어떻게'라는 게 없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결과'인 듯하다. 정말 독특하다. 나는 평생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해하지도 않을 듯하다. 나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지만 점점 마음을 닫아가는 나를 느낀다. 업무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정말 신기한 경험이다.
이는 비단 나의 경험만은 아니다. 나는 크루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똑같은 상황을 겪는 우리를 본다. 그러므로 꼭 이 점을 고려하길 바란다. 선택했다면, 큰 배포를 가지고 오기를. 상상 이상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기에. 당신을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