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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하는우주인 Oct 23. 2024

9. 당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환경

시험에 들 것인가 말 것인가



       인생에서 우리는 늘 시험당한다. 혹독하고 때론 쉽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의 인생은 흐른다.


회사에 다니면 인간은 늘 시험당한다. 승진이든 업무환경이든 동료든지간에 누구나 당신을 시험에 들게 한다. 여기에서 당신은 시험에 들텐가 말텐가 결정해야 한다.


척박한 땅, 날씨로 예민한 사람들, 상식밖의 업무처리 등 중동에 떨어진 당신에게 시험 폭탄은 무차별적이다. 처음엔 정신을 못 차릴 수도 있다. 준비가 됐다고 해도 말이다. 당신의 등을 노릴 수도 있다. 허나 그럼에도 해내겠다고 한다면, 응원한다.


시험의 기로에서 당신의 선택만 남을 뿐이다. 우리 회사는 3개월에 한 번 평가를 한다. 서비스며 안전, 태도 등 그들이 안 보는 것은 없다. 다음 평가 때엔 어떤 발전을 이룰 것인지도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사실 3개월은 너무 짧다. 질문은 6가지로 이루어진다. 각 분야별 전문 지식을 다룬다.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 크루들은 많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보통의 점수. 사실 보통을 해내기가 가장 어렵다. 난 보통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보통은 좋다. 과유불급은 옳은 말이었다. 이를 위해 꽤나 노력하는 편이다.


당신의 언어로도 시험당할 수 있다. 대개 영어는 제2외국어지만 특유의 발음으로 놀림을 당하기도 한다. 그럼 나는 바로 기분이 나쁘다는 표현을 한다. 외국인처럼 발음을 구사하지 않아도, 그들은 어차피 다 알아 듣는다.


아시아인으로서 위치는 애매하다. 더군다나 한국인이나 여타 아시아인을 구분 못한다면 더더욱. 나는 발리로 오는 비행에서, 내가 자신의 말을 못 알아 듣는다는 식으로 말하는 외국인을 봤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레스토랑의 서버가 아니다. 당신은 내가 한국말도 잘한다는 걸 알아두길 바란다. 인종차별은 흔하다. 그리고 이에 대해 잘 모른다. 합장하는 인사는 몇몇 국가에 한정되지만 외국인들은 나를 보면 줄곧 이렇게 인사한다. 처음엔 화가 많이 났다. 나는, 중국인이라는 오해도 싫어한다. 그러면 단호하게 내가 중국인이 아니며 중국어를 못한다고 말한다.


“Oh, i am sorry”


그래야 한다. 당신은 인종차별을 행했기 때문이다. 나는 단호한 편이고 이 부분에선 정말 차갑고 냉정하다. 내가 아무리 싫어하는 민족이 있어도 나는, 티내지 않는다. 그들에게 이를 티낼 이유는 없다. 가끔 그 민족답지 않게 성실한 이들을 보기도 한다. 나는 누군가를 싫어하거나 좋아할 자격이 있지만 굳이 티내지 않는다.


나는 그들이 내가 어디에서 온 아시아인인지 알지 못해도 상관없다. 단지 마치 세계 2차 대전 때처럼 자신들이 늘 우위에 있는 양 굴지 않았음 한다. 하지만 변할 이유가 없기에, 내가 물러선다. 나는 그들을 변화시킬 이유도 없다.


아시아인에 대한 그들의 기대는 높다. 무조건 YES 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런 아시아인이 아니며 당신의 기대를 채워줄 생각도 없다. 우리는 NO라고 할 수 없지만 이를 대체할만한 대안을 제시하며 거절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나는 거절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이들로 둘러쌓인 삶 속에서 당신은 조금 힘들지도 모른다. 각오가 되어 있는가? 그렇다면 다행이다. 


어떤 동료들은 내가 한국인이라서, 영어를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과목은 영어였고 나의 외국생활 기록은 이제 4년을 넘어간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 다만 ‘한국인이라서~’라고 말하는 그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인종차별이 이루어지는 다문화 회사라, 스펙타클하다. 기대 이상이라 또 놀란다. 남북 문제에 관해서도 너무 나이브한데 한국인이라고 하면 우스갯소리로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 나는, 이 문제는 우리 역사의 슬픈 축이며 농담으로 여길만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입을 다물지만 묘하게 이해 못 하는 듯한 눈빛이다. 한일관계에 관해서도 전혀 배경지식이 없기에, '왜'냐고 묻는다. 그걸 묻는 너희 나라도 대영제국으로부터 꽤나 큰 피해를 받았다. 이제 이해가 좀 되는가? 그래서 나는 미리 앞서 판단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옳았다. 


시험당할지언정 나는 그 길로 묵묵히 걸어갔다. 내가 목표한 커리어를 채워가고 있다. 후회는 없다. 내가 돌아보는 과거는 늘 꽃밭같진 않지만 행복했다. 그걸로 족한다. 또한 내가 걸어가는 이 길이 미래의 내가 부끄럽지 않을 것이길 바라며 나는 또 걷는다. 뜀박질을 할 때도 있지만 대개 나만의 속도로 걷는다. 


시험에 들텐가? 말텐가? 당신의 선택을 늘 응원한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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