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의 삶

능동적인 자만이 나아갈 수 있나니

by 유영하는우주인
날이 좋았던 어느 날, 소중한 만남




다시, 비행하기 위해 준비하는 동안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엄지 손톱이 푹 파였다. 아시아 항공사들은 몸무게까지 신경썼으므로,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기 때문일까. 혹은 내 스트레스의 영향일까. 이유는 많을 것이다.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웠고 신체적으로도 건강하지 않았다. 가장 무서웠던 건 아마도 끝이 있을까 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 명확하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불안은 인간을 갉아 먹는다.


그러나 그러한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 길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 그 당시엔 예민했고 모든 것이 스트레스였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이 항공사에 지난 회사 동기들 중 가장 마지막으로 들어왔다. 무수한 축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론 참 많이 부러웠다. SNS를 그만둔 것도 그때쯤이었다. 부러움이 나를 망칠까 두려웠다. 부러움이란 감정이 그저 질투로 번져 소중한 이들을 잃을까 선뜻 하고 싶은 맘이 들지 않았다. SNS를 하지 않은 건 잘한 선택이었다. 나는 집중해야 할 과제들이 있었으므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능동적이었기 때문이리라 믿는다. 난 꽤나 게으른 편이었지만 오늘의 일과를 끝내기 위해 책을 폈다. 하고 싶지 않은 날도 많았다. 그래서 안 하기도 했다. 그럼 밤에는 지독하게 괴로워져서, 조금씩이라도 해내는 내가 되었던 것 같다. 밤의 즐거움은 잠시였다. 나를 갉아 먹고 그 밤을 지새우며 또 나는 나를 괴롭혔다.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다는 불안감은 늘 그런 식으로 발현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밤을 '잘' 지새울 수 있다. 그것이 문제다. 그래서 뭐든 해냈다.


홈 트레이이닝을 시작했다. 너무 하기 싫어서 그 시간동안 감상할 뮤직비디오를 짜깁기해서 틀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이 지나갔다. 그럼 그런대로 또 해냈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한문장이라도 해보자 하고 영어책을 폈다. 아직도 보고 있는 책이 있는데, 여전히 큰 도움을 받고 있다. 가끔은 모 채널의 동기부여 영상으로 하루를 보냈다.


하나둘 주변의 친구들은 제자릴 찾아 떠났다. 나만 그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나는 느리지만 점점 나의 길로 나아가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주로 결과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나도 나의 과정을 무시했다. 그래선 안 됐다. 과정은 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내가 하는 것들을 사랑한다. 나의 행동이나 감정을 보듬어준다. 이는 실로 어려웠다. 사실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이런 걸 잘 배우지 않기 때문이다. 나를 보듬고 더 나아가 나의 감정을 돌보는 일, 나는 이 일을 20대 후반에서야 했다. 늦은 걸까? 잘 모르겠다. 나의 시간대로 해낸 것이 아닐까 한다. 나의 시간.


그렇게 훌쩍 커버린 나는 실로 능동적인 인간이 되어 있었다. 하고 싶어? 생각해보자 라는 경로가 아니라 하고 싶어? 해보자! 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안 하고 후회하느니 하고 후회하는 것이 몇 배는 낫다는 걸 그때서야 깨달았다. 변명은 수만, 수천가지였지만 할 이유는 단 하나였다. 하고 싶어서. 다시, 비행하고 싶어서.


코로나로 그 기간이 붕 떴을 땐 아예 취직을 했다. 더 이상 하염없이 채용을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나둘 나를 채워갔다. 이제서야 돌아보면, 모든 것이 내게 필요한 것이었다. 참으로 묘하게 하나둘 들어맞았다.


나는 내가 훌쩍 자란 후에야 지금의 항공사에서 들어간 걸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가치관이 올바르게 자리잡힌 덕에 또 다른 적응의 어려움 속에서 해내었고 이런저런 일들에 흔들리지 않았다. 물론 어린 나이에도 명확한 취향과 견고한 가치관을 가진 동료들을 본다. 배울 점이 참 많아 그런 비행 후에는 꼭 노트에 후기를 적었던 것 같다. 늘 비행마다 일기를 쓰곤 했는데, 워낙 글 쓰는 걸 좋아해서이기도 하고 훗날의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의미라고 하겠다. 사실은 욕도 많지만 이런저런 추억거리를 담다보니 페이지가 꽤 되더라.


나는 또 나를 위한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삶은 길고 언제 끝이 날지 모른다. 그러므로 생은, 그때까지 하루하루 나의 일상으로 채워나가는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능동적인 자만이 즐길 수 있다. 나중에, 그 언젠가 삶의 끝에서 내가 후회하지 않고 '참으로 즐거웠다'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해낸다. 당신도 해내길. 응원을 보내며 글을 마무리 한다. 감기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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