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안다는 것

증명은 수학에만 있는 줄 알았다죠

by 유영하는우주인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던 로마 레이오버


느낀 바 우리 사회는 증명을 좋아한다. 그 증명을 위하여 우리는 누가 시작한지 모르는 레이스에 매달린다. 나도 그랬다. 누가 하면 나도 해야만 했다. 그러나 요즘의 나는 그것만이 정답이 아님을 안다.


레이스의 끝은 어쩐지 시시했다. 나는 얻은게 있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그때 나는 세상에 다양한 행복이 있음을 알았다. 형태나 유형은 틀에 맞춘 것처럼 다 똑같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무모하게 어떤 것을 좇던 날들을 후회하진 않는다. 그것은 내게 경험이 되었고 나는 거기에서 취향을 찾았다. 자신의 취향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차는, 원두는, 색은, 향기는 이거예요. 자연스레 건네는 말이, 나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시간 낭비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친한 동생과 쇼핑을 갔다. 스카프를 추천해주면서 이래저래 이야기를 나눴다. 동생의 취향은 확고했다. 난 그런 단호함을 좋아한다. 그래서 아마 나는 그 동생의 그런 매력에 빠진지도 모르겠다. 쇼핑은 잘 마무리되었고 우리는 웃느라 광대가 아팠다.


행복의 형태를 더 분명하게 자각한 건 여기 이곳에서 함께 일하는 크루들 덕도 있다. 우리나라는 대개 취향은 드러내는 사람을 경계하는 편이다. 다행히 세상에 변화의 물결이 있어서, 요즘엔 덜한 편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너는 스스럼없이 자신의 취향을 말하는 크루들이 신기했다. 하지만 근묵자흑이라고, 나도 점점 내 취향을 찾아가자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나는 쏨땀이라든가 신 음식을 좋아하며 밀크티를 좋아하지만 가루로 된 건 아니고 티백에 스플렌더를 넣고 우유를 적당히 살짝 넣은 걸 좋아한다. 녹차나 마차는 내 취향이 아니며 콩나물이 아구찜에 들어간 건 좋아하지만 그냥 콩나물은 달리 찾지 않는다. 물에 빠진 조개는 별로지만 소고기뭇국은 좋아한다. 화이트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을 좋아하지만 레드 와인은 스테이크랑 먹을 때에만 마신다. 맥주도 꽃 향이 나는 걸 좋아한다. 매운 음식을 잘 먹는 편이며 과자는 심심한 맛을 좋아한다. 스콘처럼 답답한 맛이 나는 빵을 즐긴다.


어른이 된다는 건 제 취향을 알아간다는 것 같다. 모 연예인이 인터넷에서, 이렇게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배울게 천지라며 너무 좋아하던 기억이 난다. 그 미소가 아름다웠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행복에 집중하며 사랑을 나누고 내 취향을 탐색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기로.


생각보다 다수가 된 나의 외국 경험을 나를 좋은 쪽으로 변화시켰다. 값진 일이다. 나는 유학이라기보다는 늘 일을 하기 위해 해외로 나갔다. 그 경험이 처음엔 다소 쑥스러웠다. 뭔가 대개 다들 유학을 가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경험들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내공이라고 하든가. 난 그렇게 차곡차곡 경험을 쌓아 서랍에 넣어 정리했다. 그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났다. 그리고 내가 위험한 순간에, 급박한 경우에 갑자기 해결책을 건네주었다. 나는 더 이상 수동적으로 그저 일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지 않는다. 뭐라도 시도해본다. 시도하면 뭐라도 나온다. 그 결과는 우리 사회가 칭하는 것처럼 늘 성공 혹은 실패는 아니다. 우리는 그것에 너무 매몰되었다. 나조차도 그랬다. 그러나 나는 경험을 쌓는다. 오늘도, 또 새로운 사건이 생긴다. 나는 이 드라마의, 이 소설의 주인공이니까. 그렇게 차곡차곡 나의 에피소드를 쌓아간다. 돌아봤을 때 그건 부끄러운 경험이나 기억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될 수 있음을 안다.


오늘도 나는 내 소설의 이야기를 채운다. 당신이 지금 그 이야기를 자신을 위해 쓰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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