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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준 Sep 02. 2021

아내의 남편

나는 진정으로 아내의 "내 편"일까

주말에 아내의 친구 내외를 만났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헤어진 후부터 아내가 저기압이다.


'내가 무슨 말실수를 했나?'


딱히 실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왜 그런지 물어봐도 아내는 기분이 가라앉아서 그렇다고 하고 자리를 피한다.

분명히 상한 기분이 있을 텐데...

하루, 이틀, 삼일째 되는 날 

답답한 마음이 화로 돌아온다.


"잠깐 얘기 좀 해."

"왜 그러는데?, 그냥 기분이 가라앉아서 그런 거야, 내버려 두면 돼"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계속 피하기만 하고, 이제는 화가 나려고 해. 나랑 평생 얘기 안 할 거야?"

"그냥 나 혼자 그런 거라고, 너 때문도 있지만 결국엔 내 문제라 그러는 거야"


식탁에 앉아 있는 아내에게 다가가 답답한 마음을 쏟아낸다.

쏟아내다 보니 서운한 마음이 차올라 나도 모르게 화를 냈다.


일어서서 피하고 싶은 마음인지 내 눈치를 보던 아내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나도 감정을 추스르려 애써 눈을 피하고 서운한 마음에 식탁을 손가락으로 딱딱 쳐댄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알았어"


단답으로 내뱉고 나도, 아내도 같이 자리를 피한다.


속상한 마음에 현관을 나와 담배를 필수 있는 외진 장소로 향했다.

한숨 연기를 내쉬며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토해내고 다시금 불을 붙였다.

아파트 주변을 배회하며 진정하고 머리를 정리했다.


'그래, 혼자 있게 해달라고 하는데 마음 열 때까지 기다리자'


답답하지만 결정하니 조금은 가라앉는다.


주말이 오기 전까지 회사일도 집중이 되지 않는다. 

아내의 싸늘해진 태도가 나를 얼어붙게 하고 추정할 수 없는 이유가 답답하기만 하다.

부부간의 위기가 온 걸까? 괜스레 불안감만 커진다.


일주일 동안 다행인지 불행인지 야근의 연속이다.

집에 가면 이내 잠든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만 쳐다보고 돌아와 잠을 청했다가 출근하기를 반복한 어느 날

금요일 저녁도 어김없이 야근에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하니 밤늦게 까지 아내가 잠들지 않고 식탁에 앉아 있다.

밥 거리를 챙겼다는 카톡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 붉힌 저녁 귀가였다.

방에 가방을 놓고 식탁에 앉아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기분은 괜찮아졌어?"

"혼자 그런 거라니깐, 이젠 괜찮아"

"왜 그랬던 건지 얘기해 줄 수 있어?"


아내가 뜸 들이지 않고 그동안의 서운함을 토해낸다.


알고 보니 친구 내외가 왔을 때 자신이 준비한 식사를 대접하려고 했는데 외식하자는 내외 말에 내가 그들 편에서 그러자고 하고 자신이 준비한 부분은 무시했기 때문이란다.

더 나아가 그동안 누군갈 만나거나 집안 식구 모임에서 너무 타인에게만 맞추려고 하고 정작 아내인 나는 배려하지 않은 모습이 투영되어 더 서운했단다. 이 세상에 내편은 아무도 없는 느낌이라고도 했다.


아내의 긴 얘기를 듣고 나니 새벽 3시다.

이미 지친 몸이었기에 눈꺼풀이 감겼지만 밤을 새워서 듣겠다고 호기를 부렸다.

아내는 썩어가는 내 얼굴이 조금은 안쓰러웠는지 들어가서 자라고 한다.

조금은 마음이 풀렸나 보다.


자고 일어나서 아내의 얘기를 마음속에 곱씹었다.


'난 진짜 아내의 편인가?'


아내가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면  이름 그대로 '남편'이었을 거다.

세상에 나 하나만 바라보고 결혼해서 10년을 넘게 육아에 집안 살림까지 도맡은 아내다.

내가 이렇게 바깥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아내의 내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다.

그런 아내를 단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 

하지만 제대로 배려하지 못한 마음에 켜켜이 서운함이 쌓였나 보다.


늦은 밤, 창문을 여니 아직은 시린 3월의 밤공기가 몸을 감싼다.

피곤함이 조금은 가시고 침대 위에서 방안을 가만히 보니

모든 곳에 아내의 손길이 가득하다.


'너무 앞으로만 달렸어. 내 사람인데.... 내 삶의 전부인데....'


미안한 마음에 또 한 번 마음이 울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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