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용준 Aug 02. 2021

아빠의 대화법

아내가 권한 아이들과의 소통법

산책을 하면서 큰애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아무 말 없이 느릿한 걸음으로 조금씩 뒤쳐진다.

저녁을 먹고 밤 산책을 하자고 했을 때 집에 있고 싶어 하는 걸 억지로 데리고 나와서 그런지 표정과 온몸으로 싫은 내색을 한다.


"아들! 가족이랑 산책을 나왔으면 걸음을 맞춰야지!"


조금씩 누르던 감정을 나도 모르게 센 어투로 얘기하고 나서 후회도 잠시, 아내가 눈을 흘기며 다그친다.


"당신이 앞서 걸은 건 생각 않고 왜 애한테 화를 내~!"

"내가 언제 화를 냈다고 그래! 애가 일부러 뾰로통하고 있으니깐 그렇지!"

"좀 기다려 주면 안 돼? 약속 장소에 가는 것도 아닌데 늦게 걸을 수도 있지."


일순간 정적이 흐르고 아이들은 아빠 눈치만 살핀다.

괜스레 미안해질 때 즈음 아내가 큰 애를 다독이며 눈을 맞춘다.


"아들, 아들은 산책하기가 싫었어? 아들이 엄마한테 얘기해주면 좋겠는데."

"밤에 산책하기 싫었는데 엄마, 아빠하고 승연이가 나가니깐 집에 혼자 있기 무서워서 나왔단 말이야."

"그랬구나, 아들이 정말로 집에 있고 싶었구나."


그렇게 아들 눈높이에 맞춰 천천히 귀 기울여 주고 수긍해 주니

이내 보폭을 맞춰 엄마와 산책을 하고 있었다.

나가기 싫었다고 하지만 엄마와 대화하면서 걷는 길이 이내 즐거운 모양인 듯 방긋방긋 웃고 발걸음도 잘 맞춘다.


머쓱하게 뒤를 쫓던 내게 아내가 손짓하며 아들 손을 잡으라고 한다.


품 안에 쏙 들어오던 아들이었는데, 아들이 커가는 속도에 비해 나는 아직 갓난아기 시절에 머물러 있나 보다.

나에겐 한 없이 어리기만 한 아들의 도톰한 손을 보며 조용히 "아들"하고 부르고 손을 내미니 아들이 따뜻하게 손을 잡고 흔든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들에게 괜스레 미안해진다.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책 한 권을 내민다.


"내 새끼고 나도 겪은 나이니 다 아는 것 같지만 모르는 게 자식이래. 아빠와의 소통이 애들의 인격 형성에 중요하다고 해서 사봤어"


책 제목이 '아빠의 대화법'이다.


아내의 권유 기도 했지만 매 순간이 초보인 나에게도 어떻게 아이들에게 다가가야 할지 혼란스럽기도 했던 부분에 대해 길잡이를 만난 것 같아 위안이 되고, 배려 깊은 아내의 마음에 또 한 번 고마웠다.


내용이 어렵지 않아 술술 읽어 내려갔지만 짚어주는 문장 문장이 마음에 와닿는다.

특히 아래 문장에서는 나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아빠는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다.'


아이들에게 항상 훈훈한 아빠이고 싶지만, 항상 내 맘 같진 않았는데, 본성이 그랬나 보다. 적잖은 위안이면서도 반성이 된다.

나도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

그렇게 하려면 순간의 감정은 잠시 넣어둬야 한다.


책을 펼쳐 보니 초반에 나는 어떤 아빠인지 진단하는 check list가 있다.

질문 하나하나에 곰곰이 생각해본다.


[나는 어떤 아빠인가]

[아빠 진단 체크리스트] - 예, 아니오

1. 가끔 내 생각을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한 적이 없다.

2. 하루에 한 번이라도 잔소리를 한 적이 없다.

3. 나의 잘못을 아이의 탓으로 돌린 적이 없다.

4. 아이가 잘못을 인정했는데도 되풀이하며 야단친 적이 없다.

5. 내 기분에 따라 아이를 대한 적이 없다.

6. 아이가 힘들어할 때 자주 격려해준다.

7. 아이의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인지 안다.

8. 아이가 무엇을 잘하는지를 알고 있다.

9. 아이가 한 일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칭찬해준 적이 있다.

10. 가끔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11. 아이의 꿈이 무언인지 알고 있다.

12. 아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13. 아이가 갖고 싶은 선물을 알고 있다.

14.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15.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방법을 알고 있고 실천하고 있다.

(출처 : 아빠 대화법-전도근 저)


질문은 15가지 밖에 되지 않지만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난 우리 아이한테 어떤 아빠였을까..

무엇을 한 적이 없고,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안다는 얘기에

반대의 대답만 생각나니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책은 자자 진단을 통해 스스로를 알게 하고

이어서 무엇을 고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아빠의 고쳐야 할 습관들]

- 아이 감정에 둔감한 아빠

- 기다리지 못하고 잔소리부터 하는 아빠

- 말로 표현을 잘 못하는 아빠

- 자신의 말을 어기는 것을 못 견뎌하는 아빠

- 자식에게 하소연을 일삼는 아빠


[일단 듣는 것이 먼저다]

-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 아이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자.

- 질문은 관심의 표현이다.

- 선입견과 편견을 버리고 들어라.

- 아이를 이기려고 하지 마라.

(출처 : 아빠 대화법-전도근 저)


책을 다 읽고

내 마음에 새겨지게 곱씹어 본다.

아이에게 친구 같은 아빠이고 싶다.


책을 권해준 아내에게 다시금 감사하다.






작가의 이전글 아내가 맞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