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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절대신비 Jul 13. 2024

엄마보다 한 인간

내겐 그저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다


SNS에 대충 간략하게 포스팅했더니

엄마가 너무 포시럽게 산 것처럼 보여서

어쩔 수 없이 실화와 더 가깝도록 수정했습니다. 

작품성은 없습니다. ^^




외숙모에겐 정숙씨

엄마에겐 명숙씨라 부른다


두 분 이름이 자매 같네요 말하면

다같이 한바탕 크게 웃는다


늘 출근했던 명숙씨는

지금도 긴장 놓지 않은

엄숙한 소녀


나는 엄마가 아니라

그 안의 한 인간을 바라보기에


김여사라 부른다

여보세요 라고 부른다


엄마가 세 살의 나를

일부러 서울 외갓집으로 보낸 게 아니기에

할머니가 갑자기 받게 된 수술로  

사당동으로, 내겐 장엄한 그 산과 들로 갔던 것이기에


덕분에


단지 엄마의 아이가 아닌

하늘과 땅의 아이가 된 것이기에


그리움보다

우주의 마음이 더 컸기에


지금의 내가 늠름하기에

이렇게 큰 나를 만들어 준 그이기에


지금도 명숙씨  씹는 소리가

정갈하게 들린다.

대범한 태도가 귀여워 보인다


그 홀로 단칸방에서부터 마련한

지금의 마당 있는 집

일거리 많아 인부 섭외하면

그들은 명숙씨가 통 큰 남자 같다고 했는데


집 리모델링 할 땐 인테리어 업자끼리

한바탕 소동도 있었는데

한 업자가 너무 크게 해 먹고 있기에

당신, 그러면 안 돼 하며 서로 싸웠다네


통 큰 건지 순진한 건지

자주 바가지 옴팡 쓰는


모진 세월 혼자 헤쳐 왔으면서도

아직 구겨지지 않은

명숙씨


김여사

엄마


해맑기만 해도 좋으니

이 행성에 통 크게 오래 머무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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