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그날 밤 강렬하게 연결되었던 우리
“가야지! 죽더라도 가야지!”
-모 예술가
“담요, 치약, 칫솔, 속옷 챙겼어. 패딩 입어!”
-시민
“엄마, 국회로 가! 걱정 마. 안 죽어. 요즘 애들이 어떤 애들인데. 부당한 지시에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아. 그 군인들 다 내 친구들하고 똑같은 애들이야.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
-모 국회의원 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되지 말아야지. 내 머리로 생각해야지. 머리통은 장식이냐?”
-시민
“엄마, 죽더라도 국회로 가. 거기서 죽어!”
-모 국회의원 딸
“여러분, 저는 지금 국회로 갑니다. 계엄군 막아야죠.”- 모 커뮤니티 회원
“가자, 국회로 가자!” -시민
12.3 그날 밤 우리 시민들이
실제 제일 가까운 사람에게 했던 말이다.
말하건대 우리는 그 밤 그 기억만으로도
죽을 때까지 서로 강렬하게 연결*될 수 있다.
비상계엄 막아내지 못했다면
우리 중 많은 이들이 헛되이 죽었을 것
선대 숭고한 발걸음 다 없던 일로 삭제되고
후대에 물려줘야 할 우리 위대한 DNA
수포로 돌아갔을 것
이유도 모르고 부모 잃은 아이들,
자식 생사 확인하지 못해 발 동동 구르는
늙은 부모 많았을 것
참혹한 유혈사태로 몇십만 몇백만은
우습게 죽어 나갔을 것.
국가 경제 완전히 무너지고
국제사회에서 고립됐을 것
유엔의 권고 따위 우습게 묵살됐을 것.
우리는 전율의 생존자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산다.
이렇듯 다시 살아 만나니
기쁘지 아니한가?
때로 당신 혼자라고 느끼는가?
우리는 시민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나라 떳떳한 국민으로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세계시민이라는 지성으로 이미 한 몸,
온 우주 방향성에 올라타고
흐름 따라가고 있으니 운명공동체,
가족이다.
우리 그날 확인한 바 있다.
불행이나 불의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부끄러운 것만은 아니다.
역설의 역설*에 비로소 눈 뜬다면
기승전결* 한눈에 볼 줄 안다면.
“멋지게 잘 해내고 있는 2030 세대를 보니 지금 죽더라도 마음 놓고 죽을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늙은이 같은 말 절로 나온다.
*연결: 글 쓰면서 수없이 썼던 문장. “우리는 강렬하게 연결되어 있다.” 실제 그날 현장에 갔던 시민의 후기에서 똑같은 문장 발견했다. 여기서 ‘연결’은 매우 중요한 철학 용어. 빛의 철학에서 수시로 언급된다. 우주 안에 있는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 연결되어 있다. 혼자 나가떨어져 소외되지 말 것.
*역설의 역설: 깨달음을 말하는 것. “생은 역설, 깨달음은 역설의 역설” 필자의 관용구다.
*기승전결: 보통은 ‘결’만을 중시하거나 ‘전’‘결’만을 보고 판단 근거 삼는다. 그러나 ‘기’를 보라는 것이 깨달음의 호령이다. ‘기승전결’ 한눈에 보자는 것이 이 책 관통하는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