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결의
군사적 요지 형주를 지키던 관우가 죽자
장비는 상심하여 그 원흉인
오나라에의 침입 준비한다.
넘치던 혈기는 어이없게도
부하 범강 장달에게 목 베이는 것으로
막 내리고 만다.
유비 역시 제갈량 만류에도 불구
오나라를 공격 대패한 뒤
병들어 죽는다.
우리는 생각할 수 있다.
그들 울분과 죽음은 의형제 애도하는 절차
일종의 의식
말하자면 도원결의에의 발로였다.
한날한시에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한날한시에 죽을 것을 믿는 친구
뜻 같이하는 동지
존재한다는 그 자체로
의미 다하는 존재
생각해 보자.
나 없인 살 수 없을 사람
하나쯤 있는가?
가족일 수도 있고
피로 맺은 형제일 수도 있다.
함께 죽지는 않겠지만
하나가 죽으면
내가 죽는다면
그 육체와 정신 반쯤 무너져 내릴 사람
그 이름이 무엇이든 그것은
부담이 아니라 이미 존재감이다.
오늘 하루도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는 근거이자
에너지원
그런 피 같은 사람
내 살 같은 사람
있는가?
있다면 있는 그것으로
이미 성공이다.
그것이 그대가 그토록 갈망하던
살아있는 이유
살아갈 힘
그 사람 잠시 떠났는가?
아주 멀리 있는가?
혹여 영원히 사라졌는가?
만났다고 성공이 아니고
헤어졌다고 실패가 아니다.
만난 그 순간의 전율*에
진실이 있다.
헤어졌더라도
내 눈앞에서 사라졌더라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되었던
그 순간은 영원하다.
의미 사라지지 않는다.
부모와 자식으로 만났든
그저 인간과 인간으로 만났든
한때 빛나는 순간 공유했다는 것
사랑이란 바로 세상과 팽팽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것
그 전율이다.
가슴에 품은 사람 하나쯤 있다면
온 세상 품은 것
세상 품었다면 이제
멋지게 한 발 내디딜 수 있다.
세상으로 출근할 수 있다.
그대,
‘우리’라는 건축
잘 떠받치고 있는가?
우뚝 중심 잡고 있는가?
오늘도 전진하기 좋은 날이다.
*전율: 1.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만남, 혹은 부딪힘에서 비롯된다. 첫 입학, 첫 키스, 첫 출근, 첫 만남. 그 한순간의 전율이 우리 세포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 우주 저 끝까지 꿰뚫을 것 같은 환희에 '죽어도 좋아'라고 외쳤던 우리 세포. 호르몬과 세포 하나하나는 늘 그 순간을 재현하려고 한다. 그대가 오늘도 눈 뜨고 일어나 다시 하루를 열어젖혔다면 바로 그 이유일 터. 무의식은 우리 순간 고스란히 저장하고 있는 은행이다. 2. 매 순간 그 전율 재현하는 것이 바로 깨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