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륙으로 건너가자
신대륙 발견하려는 자는
기존 바다와 대륙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우주로 나아가려는 자는
지구를 잠시 서랍 속에 넣어두어야 할 터
태양계는 쓰레기통에 치워버리면 어떨까?
아니라면 다락방에 두어도 좋다.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는 믹서기에 넣고 갈아 버리자.
어차피 나중에는 서로 충돌*하여 그렇게 하나 될 것이다.
거인이 된다는 것
그다지 어렵지 않다.
마침 영화 한 장면 떠오른다.
윌 스미스 주연
맨 인 블랙(1997)
잠시 잠깐이라도 좋으니
우주를 내 사랑하는 고양이 눈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크리슈나*의 입속에도 우주가 있다.
커피 위에 살짝 데운 우유 거품 붓고
우주 감상해도 좋다.
부글부글 팽창하는 우주 거품 윗입술에 묻히고
사랑하는 이를 보며 웃을 수 있다.
티스푼으로 저어가며
회전하는 우주에 가속도 붙여보는 건 어떤가?
모닥불에 바짝 마른 땔감 넣으며
우주 섭렵할 수도 있겠다.
활활 타오르며 일렁이는 불꽃 바라보노라면
우주 깊은 속살 만지는 기분 든다.
위대한 영웅만이 거인은 아니다.
스스로 토토로의 나무*처럼 단숨에 자라
우주의 기승전결 굽어볼 수 있다.
빅뱅부터 아직 오지 않은 미지 저 끝까지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변기 물 내릴 때도
청소기 돌릴 때도
고속도로 달릴 때도
상사가 괴물로 변신했을 때도
빛의 속도로 달리는 엔트로피 열차에
천연덕스럽게 탑승하기만 하면 된다.
아인슈타인 혹은 자기가 좋아하는 거인 어깨 위에
냉큼 올라타면 된다.
그렇다면 우리 마침내
신의 고독 맛볼 수 있다.
질퍽질퍽 제 발걸음
생의 진 자리에서 거니는 것 따위
남일인 듯 건조하게 해찰解察*할 수 있다.
그예 진리와 맞대면할 수 있다.
시계 초침 소리만이 정적을 깨는 아스라한 적막 한가운데, 우리 마치 신처럼 고독한 결단 내려야 할 때 있다. 역사의 현장에 생생하게 서 있어야 할 순간 온다. 미리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 톱니바퀴! 세계와 잘 맞물려 돌아가는 순간 포착할 수 있다. ‘나’라는 부분! 전체와 포개지는 순간 낚아채 수 있다.
*충돌: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는 암흑 헤일로의 중력장에 의해 충돌한 후 언젠가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 이때 새로 생길 거대한 은하의 이름은 ‘밀코메다’ 또는 ‘밀크드로메다’다.
*크리슈나: 인도의 많은 신 중 하나로 비슈누의 8번째 아바타.
*토토로의 나무: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1988)에 등장하는 나무. 숲 속 요정 토토로가 주인공 사츠키와 메이에게 선물로 준 씨앗. 토토로가 기도하자 싹을 틔우고 하룻밤 사이 큰 나무가 되어 숲을 이루었던 장면이 퍽 인상적이었던.
*해찰: 삶은 예술. 예술은 영감. 영감은 한가롭게 세계를 뛰어놀 때, 자기 뇌와 세계가 연결될 때 솟아나는 것. 우리는 지나치게 분주하게 살고 있지 않은가? 사전 의미로는 1. 마음에 썩 내키지 않아, 물건을 이것저것 부질없이 집적거려 해치는 일. 2. 어떤 일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딴짓이나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 주로, 아이의 행동에 대해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