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통일장이론 완성하지 못한 것
우리가 지구에 발 붙이고 사는 것
고막 찢어지지 않고 바람 소리를 듣는 것
푸르거나 희거나 붉은 하늘 볼 수 있는 것은
다 중력 때문이다.
빛 때문이다.
연인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
지구가 조금씩, 그러나 확실히 무너져 가는 일
우주조차 끝이 있다는 예감은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근거한다.
모든 것은 빛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꽃잎의 색이 우리 눈에 닿는 것
지금이라도 당장 너의 어깨에 손 얹을 수 있는 것
때로 용기 잃은 어둠 속 이불 안에서도
우리가 빛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 것은
빅뱅이 남긴 여운이다.
그 떨림이다.
처음엔 오로지 빛뿐이었다.
빛이 없다면 전자도 단단하게 척력 유지할 수 없어
우리는 서로를 만질 수 없고
누에가 만든 작품처럼 빛나는
겹치자 꽃잎도 볼 수 없으며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길 잃을 것.
육체도 정신도 잃고 그저 무無로 돌아갈 것.
깨달음은
지금 이 순간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선
현실적이라 말할 수 있고
미래를 고취鼓吹한다는 점에선
비현실적이라 말할 수 있다.
다만 미래가 현재를 결정한다.
비현실이 현실 구축한다.
희망이 있다면 현재가 들썩이지만
희망이 없다면 현재는 풀썩 죽어버리는 것.
깨달음은 이 우주에 도무지 없을 것 같은
“희망에 대해”
우주 한 바퀴 돌고 난 뒤 이야기하는 것.
미래가 현재에 수혈되는 것.
비현실이 현실 포함하는 것.
당신은 빛보다 빨리 달려 과거로 갈 수 없지만
빛의 속도로 달려 미래에 닿을 수 있다.
우리의 속도는 광속이므로.
미래는 우리가 결정하고
결정은 현재를 온통 자유의지로 만들어버리므로.
희망을 조직하는 능력이 바로 미래이므로.
현재와 미래는 다르지 않으므로.
우주 어느 한구석
그중에서도 지구라는 푸른 점 위에서
오늘 우리가 할 일이 있다면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길 잃지 않고
우뚝 일어서서 세계 바라보는 일.
시간에 현혹되지 않고
빛에 올라타는 일.
빛을 타고 있다는 사실 눈치채야
비로소 빛에 올라탈 수 있다.
섣불리 희망 논하지 않되
이불 밖으로 뛰쳐나와
미지로, 희망 속으로 쳐들어가는 일.
시간은 없으므로
우리 우주선은 오로지 빛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