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좀 아는 사람들은
0이나 소수에 흥분한다.
아름다운 수식에 황홀해한다.
때로 밤잠 이루지 못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남들이 알지 못하는 진리 하나
혼자 가슴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 설렘 만끽하기 때문이다.
눈 반짝거리며 제가 만난 진리
타자에 전달하는 기쁨
누리기 때문이다.
외로울 틈 없다.
그들은 종종 묻곤 한다.
우주의 비밀
홀로 간직한 기분
그 기분을 아느냐고
그것이 생의 의미라고.
우리 우주가 멸망하고
다음 우주가 태어나도
다시 발견될 소수.
1과 자신 외에는
나눠지지 않는 도도한 소수를 아느냐고.
밤하늘의 별처럼 끝없이 이어지지만
그 신비 사라지지 않는 파이처럼
3.1415926535897932384...
씩씩하게 무한 진군하는 소수
2, 3, 5, 7, 11, 13, 17, 19, 23, 29, 31, 37, 41...
그 경이를 아는 것만으로도
생은 반짝거린다고.
또 있다.
우주의 시작과 끝 같은 0
특이점 같은 0
부피 없는 에너지 덩어리
무한 밀도의 가마솥
어쩌면 엔트로피에 한계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럼으로써 무한에 가까운 0
그대의 가능성에 비유할 수 있는
우주의 바다, 우주의 심중 0
그것은 언어와 같다.
몇 가지 단어와 문장 만으로
우주 시작 이전과 끝 이후
우주의 본질과 우리의 태도
신과 자유의지까지 담아낼 수 있는 언어.
그를 알아보는 이 없어도
홀로 빛나며 살아 있을
매 순간 저 끝에서 달려오는
지평 같은 나의 언어
신과 같은 언어.
그 기쁨 짐작하는 이 있다면
그는 분명 나의 친구!
수학은 언어다.
우주를 기술하는 언어!
오늘도 무리수 투척하며
실수 반복하는 허수 같은 인간들도
다 수학의 혜택 입은 우주의 소수들이다.
별들이다.
그러므로 응원한다.
빅뱅처럼 태어나 지금도 길 찾고 있는
초현실수 같은 그대의 눈동자에 건배!
지수함수와도 같은 그대 가능성에 건배!
부디 그대 생의 확률파동 높이기를.
초끈이론과 M이론 부른
오일러 베타함수 되기를!
너와 나는 있어도 없지만
수학은 없어도 있음에
이 순간을 걸어본다.
수학은 실체 아닌 실체다.
신 아닌 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