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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철 May 26. 2022

불확실성은 하나의 미덕이다.

데이비드 베일즈, 테드 올랜드의 ART & FEAR 중에서

첫째 아이의 ‘다요인 인성검사’ 결과가 나왔다. 14개의 기본 척도를 기준으로 개인의 성격 특성을 알아볼 수 있는 조사라고 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몇 달 전 설문조사지를 가지고 와서 집에서 체크를 했었던 기억이 났다. 검사 소견을 읽어보니 특별한 것은 없었다. 특별한 것이 없다는 뜻은 내가 인지하고 있는 아이의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아이는 나의 성격을 많이 닮아 있었다. 내가 동일한 검사를 했어도 비슷한 검사 소견이 나왔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뒷면에 성격과 직업적성이라는 부분이 있었다. 성격별로 적성에 맞는 직업을 열거한 것이었다. 14개의 척도 중 가장 높은 수치가 나온 것을 찾아 직업군을 살펴보았다. 옆에는 적합하지 않은 직업군도 같이 열거가 되어 있었는데 적합하지 않은 직업군에 가장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작가’였다. 이 검사결과지에 따르면 아이는 ‘작가’라는 직업이 가장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자 여러 가지 생각들이 내 마음을 휘져었다.     


‘나는 지금 적성에도 맞지 않은 일을 한다고 용을 쓰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내가 글을 쓰는 게 어려운 것이었어. 어쩌지 처음부터 잘못된 시작이었던 건가. 어쩌지….’

생각대로 되지 않아 우울한 요즘, 가라앉아 있던 찌꺼기 같은 것들이 파헤쳐지는 기분이 들었다.   

      

다시 ‘다요인 인성검사’를 노려 보았다. 14개의 척도 중 가장 높은 수치가 나온 척도의 수치는 ‘65’였다. ‘80’이 만점이다. 그렇다면 ‘15’라는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래 불확실한 결과였어. 나는 안도감을 느꼈다. 때론 불확실한 것이 반갑고 불확실성이 위로와 격려가 되어 주기도 하는 것이다.

   

아이가 나에게 자신의 성격에 대해서 알기 쉽게 설명해달라고 했다. 나는 아이에게 대충 설명해 주고 나서 한마디 덧붙였다.      


 ‘이 결과는 확실하지 않아. 사람의 성격과 미래의 모습은 이런 간단한 조사로 알 수 없거든.’      




데이비드 베일즈, 테드 올랜드의 ART & FEAR 중에서     


한 학생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 그는 몇 달에 걸친 피아노 연습 끝에 선생님에게 하소연한다. “선생님, 저는 머리로는 쉬운데 왜 손가락으로 치려면 잘 안 되죠?”

“그래서 연습이 필요한 것 아니겠니?” 선생님의 대답이다. 이것이 그들이 대가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선생님은 그 학생의 사고를 자체 회의로부터 현실에 대한 단순한 고찰로 전환시켜 줌으로써 불확실성마저 하나의 장점이 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날의 교훈은 꿈은 언제나 실행 가능한 것보다 한 걸음 앞서 나가 있으며, 또한 그래야만 한다는 것이다. 꿈, 불확실성, 그리고 재료에 대한 지식은 모든 예술가들이 인정하고 또 그로부터 배워야만 하는 불가피한 특성이다. 꿈은 언제나 실행에 선행하고, 재료에 대한 지식은 현실과의 접촉을 이야기해주며, 불확실성은 하나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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