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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철 May 19. 2022

그래서 그는 딸 걱정을 했다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 중에서

‘죽고 싶지 않아요. 엄마도 죽는 거 싫어요.‘ 유치원생 둘째 아이가 자려고 누웠는데 말했다. 나는 아이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나의 품이 아이에게 해결책이 되지는 못해도 편안함을 주기를 바랐다. 나도 어렸을 때 막연히 죽음이 무서워 저런 말을 하며 울었던 기억이 있다. 우는 내 모습을 보며 엄마가 웃었던 것이 기억났다. 심각했던 나에게 엄마의 웃음은 분명 안도감을 주었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 우연히 아빠의 수첩을 보았다. 업무내용이나 연락처 사이로 명언들이 적혀 있었다. 용기와 희망을 주는 명언들이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빠의 그 수첩이 생각났다. 그런 명언들을 적으면서 아빠는 스스로

를 위로하고 격려했을 것이다.      


언제 저렇게 컸지…. 누워있는 아이의 발을 만져 보았다. 손가락 하나 정도의 길이밖에 안되었던 발이 이제는 한 뼘 정도의 길이가 되어 가고 있다. 시간 가는지 모르고 지내다가 이렇게 문득 아이들이  있는 모습을 보면 세월이 흐른 것을 실감한다.  결혼식 전날 밤 아빠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낳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집을 가네….’ 라며 혼잣말처럼 말씀하셨다. 그날 아빠는 내가 태어났던 삼십여 년 전 일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리고 딸의 삼십여 년 인생의 마디마디를 더듬어 결혼을 하루 앞둔 딸에게 도달했을 것이다. 나는 이제야 아빠의 그 말의 의미를 헤아려 보게 되었다.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 중에서     


때로는 낸시를 제외한 모든 게 실수인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딸 걱정을 했다. 지금도 여자 옷 가게를 지날 때면 늘 딸이 떠올라 안에 들어가 딸아이가 좋아할 만한 것을 찾아보곤 했다. 그럴 때문 그는 생각했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아. 또 이런 생각도 했다. 어딘가에서는 선한 것이 생길 수밖에 없어. 바로 그 애에게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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