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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철 Sep 01. 2022

숲 국립미술관이 소장품을 공개했다.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의 '숲에서 우주를 보다' 중에서

미국의 생물학자인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의 ‘숲에서 우주를 보다’라는 책을 읽었다. 생물학자인 작가가 1년 동안 테네시 주 남동부의 숲에서 지름이 1미터 정도 되는 원을 설정하고 그 속에서 소란 피우지 않고 아무것도 죽이지 않으며 어떤 생물도 옮기지 않고 파헤치거나 엎드리지 않겠다는 규칙을 세우고 한 해 동안의 순환을 관찰한 일지 같은 책이다. 실제로 책에는 날짜가 기록되어 있다. 1월 1일부터 시작되는 글은 12월 31일에서 멈춘다.      


관찰일지답게 글은 섬세하면서 날카롭다. 큰 동식물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균류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시선은 숲의 구석구석을 살핀다. 하지만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살아있는 생물과 자연을 대하는 작가의 시선은 경외감과 애정이 가득하다. 그런 작가의 시선과 태도가 작가를 시인으로 만들었다. 지금 1미터 남짓 되는 땅을 고요히 관찰하면서 작가는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무지함을, 자연의 생명력을 통해 겸손함을 느낀다. 책의 후기에 작가는 이렇게 썼다.


"우리들 각자는 오래된 숲 못지않게 복잡하고 깊숙한, 저마다의 사연이 담긴 만다라에서 살아간다. 게다가 자신을 관찰하는 것과 세상을 관찰하는 것은 대립하는 활동이 아니다. 나는 숲을 관찰함으로써 자신을 더 또렷이 보게 되었다."     


지금 나는 지금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눈에 띄지 않지만 분명히 자라고 있는 나의 아이들의 미묘한 신체와 감정과 생각의 변화, 매일 같은 일상인 것 같지만 분명 어제와 다른 오늘. 주의 깊게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나의 작은 세상을 바라본다면 나도 그 속에서 보이지 않던 무언가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의 숲에서 우주를 보다(The Forest Unseen ) 중에서  

   

지금은 빨간색, 자주색, 파란색, 감귤색이 오만 가지 명암과 색조로 섞여 하늘을 잿빛으로, 잎을 모래색과 사프란 색(진한 노란색_옮긴이)으로, 지의류를 청록색으로, 민달팽이를 은색과 흑갈색으로, 나뭇가지를 암갈색과 적갈색과 청회색으로 칠한다. 숲 국립미술관이 소장품을 공개했다. 노란색과 초록색 빛 속에서 한 계절을 지낸 뒤에―반 고흐의 해바라기(노락색)와 모네의 수련(초록색)이 걸작이기는 하지만 전체 작품 중에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드디어 미술관을 거닐며 깊고 풍부한 시각 경험에 빠져들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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