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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철 Sep 15. 2022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슬로푸드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중에서


명절이라 시댁에 다녀왔다. 아침 일찍 일어난 아이들이 시골교회에 묶여있는 개가 보고 싶다고 해서 다녀오는 길에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 할머니를 지나쳤다. 시댁에 돌아와 어머니에게 버스정류장에서 고모할머니처럼 보이는 분을 뵈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고모할머니가 맞을 거라고 말씀하시면서 요즘 매일 읍내에 짜장면을 드시러 나간다고 하셨다. 오전에 짜장면을 드시고 집에 오셔서 한잠 주무시면 다음날로 생각하시고 오후에 다시 짜장면 드시러 읍내에 나간다고 말씀하시며 아무래도 치매가 온 것 같다는 말을 덧붙이셨다.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뛰어가는 아이들을 쳐다보시던, 웃음으로 큰 주름이 얼굴에 퍼져있던 고모할머니의 모습이 생각났다. 세월이 준 노화가, 병듦이 서글펐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중에는 글쓰기를 슬로푸드에 비교한 글이 있다.      


“글쓰기는 맥도널드 햄버거가 아니다.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슬로푸드다. 요리는 천천히 익어 가고 있으며, 시작 단계에 있는 당신은 그 음식이 구이가 될지, 바비큐가 될지, 국이 될지 아직 모르는 것이다.”     


인생도 그렇다. 재료를 고르고 다듬고 이리저리 간을 보며 정성을 들여하는 요리처럼, 정확한 레시피로 했다고 생각했지만 생각했던 맛이 나지 않는 요리처럼, 때론 처음 하는 요리의 맛이 어떨지 기대하는 것처럼, 자신 있는 요리를 여유롭게 하는 것처럼, 인생의 순간순간마다 나의 요리는 천천히 익어가고 있다. 패스트푸드처럼, 3분 요리처럼 그 맛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하지만 나의 요리가 늘 맛있기를 기대하는 것처럼, 부모님의 노년이 누구보다 편안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중에서

     

글쓰기는 맥도널드 햄버거가 아니다.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슬로푸드다. 요리는 천천히 익어 가고 있으며, 시작 단계에 있는 당신은 그 음식이 구이가 될지, 바비큐가 될지, 국이 될지 아직 모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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