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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철 Sep 22. 2022

스스로 어린애임을 드러내 보이는 일

은희경의 ‘새의 선물’ 중에서

등원 길에 나는 아이에게 유치원 갔다 온 후에 오늘은 치과를 가는 날인데 잘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돌아온 아이의 대답은 ‘엄마, 이제 그만 좀 말해요. 다 알고 있어요.’였다. ‘정신무장’을 시킨다는 명목으로 며칠간 계속 같은 말을 했었더랬다.

나는 조금 머쓱해져서 ‘그럼 잘할 수 있다는 거냐?’라고 물었다. 아이는 제법 의젓하게 ‘당연하죠.’라고 대답했다.      


오른쪽 아래 어금니는 신경치료를 하고 왼쪽 아래 어금니는 발치 후 공간 유지 장치를 하게 되는 치료였다. 마취를 하기 때문에 크게 아프지 않을 거라는 말을 듣기도 했고, 아이가 잘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기에 나는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을 갔다.     


결론은, 조금 과장되어 말하자면 ‘5분 정도라도 치료가 길어졌더라면 아이는 실신했을지도 모른다!’이다. 얼마나 악을 쓰고 울었는지 얼굴의 실핏줄이 터졌고, 어찌나 발버둥을 쳤는지 간호사 2명이 더 투입되어 아이를 붙잡아야 했다. 아이는 온 힘을 다해 울부짖고 몸부림쳤다.     


치료가 끝난 후 땀과 눈물로 얼굴이 범벅이 되고 말할 힘도 없어 보이는 아이를 업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이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나 죽는다고 울던 아이가 안쓰럽기도 하고 아직 아기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에 짠하기도 했다. 아침에 당연히 잘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던 아이가 생각이 났다. 그렇게 호언장담할 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후훗!


은희경의 ‘새의 선물’ 중에서     

어른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것처럼 스스로 어린애임을 드러내 보이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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