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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철 Sep 29. 2022

사랑과 이해는 같은 것이었다.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중에서

지난주는 아이들의 학교, 유치원 생활을 듣고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첫째, 둘째의 학부모 전화상담이 있었고, 둘째의 유치원 운동회가 있었다. 전화상담을 하면서 내가 알고 있는 우리 아이와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내용은 크게 다를 것은 없었지만 제삼자로부터 아이들이 잘 생활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되고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귀국해서 처음, 학교 적응이 힘들어 마음고생이 많았던 첫째가 생각이 났다. 그 당시에 아이는 밤에 자려고 누우면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린다고 종종 이야기했었다. 친구 사귀는 것도 힘들어했었는데 이제는 학교생활도 교우관계도 그럭저럭 잘 꾸려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내 마음이 따뜻해졌다.     


유치원 운동회에서 둘째가 이어달리기 반 대표가 되었다. 사전에 반 아이들끼리 달리기 시합을 해서 1등을 한 친구가 반대표가 된다고 했다. 아이들 무리에 있으니 둘째가 유난히 작고 가늘어 보였다. 바통을 이어받은 둘째는 열심히 달렸다. 장애물 넘기에서 뒤처졌지만 전속력으로 질주해서 앞서 달리는 아이를 따라잡았다. 나는 그 순간을 동영상 촬영을 했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 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봤는지 모른다. 이미 결과를 알고 있지만 앞서 달리는 아이와의 간격이 벌어졌을 때는 응원의 마음이, 앞선 아이를 따라잡을 때는 쾌감이 느껴졌다. 연약하고 마냥 아기같이 여겨졌던 둘째가 이를 악물고 달리는 모습을 보니 그저 웃음만 나왔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저자가 동부 체로키족 거주지 내 산속에서 조부모와 생활했던 이야기를 엮은 자전적인 회상록이다. 제목 그대로 저자는 조부모와 생활했던 그 시간을 자신의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로 기억한다.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 우리를 떠나 각자의 인생을 살게 될 때, 어린 시절을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로 추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추억이 인생의 좋은 거름이 되면 좋겠다.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중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사랑과 이해는 같은 것이었다. 할머니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랑할 수 없고, 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더더욱 없다, 신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하시곤 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 이해하고 계셨다. 그래서 두 분은 서로 사랑하고 계셨다. 할머니는 세월이 흐를수록 이해는 더 깊어진다고 하셨다. 할머니가 보시기에 그것은 유한한 인간이 생각하거나 설명할 수 있는 것들 너머에 있는 어떤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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