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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철 Oct 07. 2022

졸업식날 우는 아이도 학교에 남아 있고 싶은건 아니다

박완서의 '그 남자네 집' 중에서

한 방을 다 차지하고 있던 퀸 사이즈 침대 두 개가 드디어 분리되었다. 하나는 결혼하면서 샀던 침대이고 다른 하나는 둘째가 생기면서 마련한 높이가 낮은 침대였다. 두 침대를 붙여놓고는 한 침대는 남편이 독차지하고 나머지 한 침대에서 나에게만 붙어있는 아이들에게 끼이고 치여서 나의 수면의 질은 말 그대로 저질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밤에 둘이서 한 침대에서 쏙닥쏙닥 거리다가 잠이 들기도 하고 침대를 분리하겠다는 말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듯해서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한 침대를 다른 방으로 옮겼다. 잘 시간이 되었다. 나는 둘째가 딴소리를 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웬걸. 기다렸다는 듯이 둘이 방에 쏙 들어갔다. 얼마간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조용해졌다. 아이들 없이 자는 게 몇 년 만이냐며 남편은 신혼 때 같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침대에서 남편과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잠이 들었다. 


침대를 분리한 첫날 새벽에는 둘째가 찾아와 내 품에 파고들었다. 오늘로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데 그날 하루뿐이었다. 그런데 내 마음은 괜히 서운하다. 귀찮고 피곤했지만 함께 엉켜서 자던, 내 몸에 발이든, 팔이든, 걸쳐야 잠을 자던 아이들이 아련히 그립기도 하다. 그렇다고 다시 아이들과 한 방에서 자고 싶은 것은 아니다. 엄마 품을 서서히 떠나는 것은 당연하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내 수면의 질도 소중하니까.      



박완서의 '그 남자네 집' 중에서     

휴전이 되고 집에서 결혼을 재촉했다. 나는 선을 보고 조건도 보고 마땅한 남자를 만나 약혼을 하고 청첩장을 찍었다. 마치 학교를 졸업하고 상급 학교로 진학을 하는 것처럼 나에게 그건 당연한 순서였다. 그 남자에게는 청첩장을 건네면서 그 사실을 처음으로 알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 았냐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나서 별안간 격렬하게 흐느껴 울었다. 이별은 슬픈 것이니까. 나의 눈물에 거짓은 없었다. 그러나 졸업식 날 아무리 서럽게 우는 아이도 학교에 그냥 남아 있고 싶어 우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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