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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철 Oct 13. 2022

시를 쓰는 데는 공장이 아주 좋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문맹’ 중에서

연휴에 알고 지내던 가족을 방문하러 대전에 갔다. 우리 가족 외에도 경기도에 살고 있는 한 가족이 합류해서 세 가족이 연휴를 같이 보냈다. 10년 전 처음 만났을 때는 부부로 만났는데 이제는 아이도 생기고 서로 사는 지역도 달라졌다.


다들 마흔이 넘었는데 언니, 오빠, 누나, OO야~라고 부르고, 불리니까 편하고 좋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이다 보니 당연하게, 자연스럽게 교육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유치원생이기에 본격적인 학업에 들어가기 전이지만 부부마다 저마다의 교육관이 다르다.     


한 부부는 아직 끌면 끌려가는 지금 이 시기에 끌 수 있는 만큼 끌고 가겠노라 했다. 각종 학습지에, 발레, 바둑 등등 다양한 것을 시키고 있었다. 한 부부는 행복한 아이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가 행복해하는 것을 찾을 수 있게 초점을 맞출 생각이라고 한다. 연구기관이 많아 학부모의 교육 수준과 교육열이 높다는 대전, 엄마들 치맛바람이 세다는 경기도 모지역에 사는 부부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지방 소도시에 사는 나는 할 말이 없다. 피아노 학원만 보내고 있는 나에게 ‘아이의 체력을 위해 운동이라도 시키라’는 조언을 듣고 왔다.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조용해서 아이들이 뭐 하나 들여다보았다. 마주 보고 앉아 그림을 그리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둘째가 유치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 준다. 첫째가 맞장구를 잘 쳐준다. 자매의 평화롭고 즐거운 시간을 공부로 당분간은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시골에서 사니까 시골에서 사는 것처럼 사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은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문맹’ 중에서     

시를 쓰는 데는 공장이 아주 좋다. 작업이 단조롭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으며, 기계는 시의 운율에 맞춰 규칙적인 리듬으로 반복된다. 내 서랍에는 종이와 연필이 있다. 시가 형태를 갖추면, 나는 쓴다. 저녁마다 나는 이것들을 노트에 깨끗이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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